-낙동강 자연평화 축제에서
박호만
그때, 그 6월의 낙동강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사랑이라는 말, 젊음이란 말,
그리고 내일이란
그 모든 말들이
총탄에 찢기운 깃발처럼
사라져가는 것을…
그때, 그 6월의 낙동강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구름이 아니라 포연(砲煙)이고
그것은 바람소리가 아니라 비행기의 폭음이고
그것은 천둥소리가 아니라 폭탄이 작열하는 소리이고,
그것은 길가에 피어있는 붉은 코스모스가 아니라
아사자(餓死者)들이 흘린 핏자국인 것을
그때 그날은
그렇게도 무력했지만
50년이 지난 이제서야
그것이 참된 승리라는 것을
그때, 그 6월의 낙동강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