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 시절 생일이나 소풍, 입학, 졸업 등 집안 대소사가 있으면 가족들은 으레 중국음식점을 찾아가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군대에 입대했다가 첫 휴가를 받아 나오면 첫 번째 코스가 중국음식점의 자장면이었으며 동네 축구나 대학시절 당구장에서 가장 선호했던 내기 단골메뉴도 불어터진 자장면이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장면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추억이 하나쯤 있고 자장면을 좋아하는 것은 세대를 뛰어넘고 있다. 이렇듯 자장면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전 국민이 애호하는 ‘국민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전국에서 하루에 900만 그릇이나 팔려 나간다고 한다.
‘자장면’은 중국어로 자지앙미엔(Zhajiangmian:炸醬麵)이다. 자장면은 여러 가지 다진 야채와 돼지고기 간 것을 썰어 넣고 식용유와 중국된장(춘장)으로 볶은 양념을 국수에 넣어 비벼 단무지와 양파 등을 곁들여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중국의 자장면은 한국에서 먹는 자장면과 같이 중국된장이 사용되는 등 형태는 유사하지만 중국 춘장은 매우 짜서 많이 넣지 않으며 첨가하는 채소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한국식 자장면은 1905년 인천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이라는 식당에서 중국인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근 한 방송에서 일부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비위생적으로 조리하고 있는 장면이 방송된 뒤 자장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대단하다. 중국음식점에 대한 집중단속도 벌인다고 한다. 자장면 한 그릇도 제대로 안심하고 먹지 못하는 요즘 세태가 정말로 안타깝다.
지난해 음식물 이물질 혼입과 멜라민 파동을 거쳐 확대된 먹을거리 전반에 대한 불신은 친환경, 유기농 인증 식품에 대해 높은 선호도로 연결됐다. 싸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국가 안보나 교통사고보다 먹을거리가 더 걱정된다”는 통계청 발표 ‘2008 사회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이다. ‘사회 안전 조사’와 관련해 응답자의 69.0%가 유해 식품과 식중독 등 먹을거리에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함으로써 국가안보와 교통사고보다 더 높은 우려감을 보인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먹을거리 안전에 대해 중요하고 민감하게 여기는지 나타낸다.
식품업체 전문가들은 식품업체들이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가 들어가지 않은 식품과 품질 안전 인증을 받은 국산 원료로 만든 제품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맘 놓고 반길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른바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은 대부분 일반제품보다 고가에 판매된다. 때문에 소비 계층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불황에 생필품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가계 형편은 날로 궁핍해지는데 몸에 좋다고해서 값비싼 제품들을 구입할 여력이 되는 계층은 많지 않다.
유통업체의 박리다매(薄利多賣)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데서 알 수 있듯 제품 질은 좀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지만 대다수 가정의 현실이다. 때문에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이제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단순히 생산업체들이 좀 더 건강 지향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제품 생산을 늘릴 것을 종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저렴한 가격에도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woopo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