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면 백운산 산불, 80㏊ 소실
적십자사, 새마을부녀회… 식사제공
공무원, 진화대원, 주민… 밤샘작업
美캠프캐롤 헬기장 급유… 신속출동
지난 6일 지천면 창평리 백운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주위로 번졌으나 지역의 민관군(民官軍)이 삼위일체로 협력, 화마를 잠재운 것으로 밝혀져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소방당국과 칠곡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칠곡지역 피해는 산림소실 80㏊이고, 대구시 북구 읍내동 명봉산 피해를 합하면 모두 82.5㏊에 이른다.
이날 발생한 백운산 산불은 건조주의보 속의 강한 계절풍으로 화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번져 나갔다. 화재현장을 목격한 칠곡군 관계공무원은 "불이 난 산과 산 사이에 도로까지 나있는데도 때마침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을 타고 산 사이를 넘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산불의 불씨는 강한 바람을 타고 100m까지 튀어 화인(火因)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칠곡군은 지난 6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산불진화에 온종일 직원들이 매달려 파김치가 된 상태지만 이날 밤10시30분, 전 직원을 비상소집시켰다. 이들은 잠 한 숨도 못자고 다음날 7일 오후 완전히 진화되기전까지 잔불정리 등으로 고생을 해야만 했다.
산불은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불길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불이 나면 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손쓸 겨를도 없이 번져 주민들이 대피하기에 이르렀다.
배상도 군수는 이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모든 행사참석을 취소하고, 산불현장에서 상황을 분석하면서 산불 진화요원들과 주민들을 격려했다.
이인기 의원도 지난 6일 오후 10시20분쯤 산불현장을 찾아 경북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발생 원인과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 다음날 아침까지 소방관, 공무원 등과 함께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의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 노력하고 있는 소방관 여러분과, 봉사정신으로 산불현장에서 고생하는 의용소방대원 여러분, 그리고 진화작업에 동참한 공무원과 주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일 계속되는 산불진화 작업도 중요하지만 진화를 잘 할 수 있도록 식사 등을 제공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자원봉사단의 손길에 칭찬이 자자하다.
우선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회장 안윤식)는 이동 급식차량을 동원, 백운산 일대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투입된 진화요원 3천500여명의 식사를 위해 긴급 급식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동 구호급식차량은 한번에 500명분의 식사가 준비되는데 산불 진화작업의 특성상 이동하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주먹밥으로 현장의 산불진화 요원들에게 신속히 전달했다.
또 지천면새마을부녀회(회장 서분남)과 창평2리부녀회(회장 양정옥), 달서리부녀회(회장 안정자), 심천2리부녀회(회장 손타임), 왜관읍부녀회(회장 배재춘) 등 칠곡군새마을부녀회(회장 신경옥) 회원들은 모두 5일동안 산불진화 작업을 벌인 사람들의 아침, 점심, 저녁를 마련해 주었다. 메뉴는 주먹밥, 김밥, 국밥 등이다.
특히 위험한 산불진화 현장에서 잊어서는 안되는 요원들이 있다. 바로 칠곡군 산불전문진화대원들(20명)이다. 이들은 칠곡군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받고 산불발생시 진화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강건너 불구경`해도 되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신분상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끄야한다. 그러나 전문진화대원들의 이같은 어려움과 공로는 인정받기 힘든 것 같다. 일각에서는 이들 산불전문 진화대원들이 제대로 진화작업을 벌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무조건을 개선, 이들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탄 산림이 복원되는 데는 30년 이상이 걸리고 생태계 원상회복은 100년이 걸린다. 산불이 나면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할 수가 없는 엄청난 손실이 따르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진화인력과 첨단장비 등 확충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강건너 불구경`이 아닌가?
칠곡군은 산불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이들 전문 진화대원들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 초기진화를 실시해 확산을 최대한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 탓에 진화차량과 인력을 이용한 진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 진화용 헬기지원을 요청했다. 이로써 경북도와 산림청의 진화용 헬기가 여러 대 투입, 산불확산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헬기 유류 공급이다. 최단거리 지점에서 급유할 수 있는 헬기장 확보가 급선무다. 19대의 헬기에 급유공간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구 K2비행장은 너무 멀어 왜관 美 캠프캐롤의 헬기장을 이용키로 하고 사용을 요청했다.
미군측은 칠곡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즉시 캠프캐롤 H-832헬기장을 개방, 산불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캠프캐롤 헬기장은 대구 K2비행장의 급유 시간을 3분의1정도로 단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이 난 다급한 상황에서 제빨리 이뤄낸 한미협조체계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급유를 받은 헬기는 지천면 창평지와 지천지(낙화담), 동명면 동명지 등 3곳에서 방화수를 탱크에 채워 `불산`에 쏟아 부었다.
산림 전문가는 산불예방대책으로 ▲산불진화용 헬기의 상시 산불감시 ▲감시카메라 설치, 실시간 산불감시 ▲GIS(지리정보시스템) 활용한 산불확산 예측모델 개발 ▲담수용량의 이동식 특수플라스틱 `백` 설치, 산불진화용으로 사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