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는 사회적인 선이 있고 개인적인 선이 있다. 악에도 사회적인 악은 큰 악이고 개인적인 악은 작은 악이다. 한 개인이 죽일 수 있는 사람이란 몇이나 될까? 세계 최악의 살인마라도 기껏해야 세 자리 수나 죽일까 할 정도다. 그러나 정치인 하나가 삐끗하면 당장 수천만이 우습게 죽어나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뉴스에 보도된 범죄를 보고서는 저런 놈들은 깡그리 다 죽여 버려야 한다고. 어떤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삼청교육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물론 그냥 감정상 한 번 해 보는 소리일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한 번 해 보는 소리라도 그 말이 무척이나 위험한 말이라는 사실을 그 사람들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삼청교육대에서 이루어진 폭력은 이른바 깡패가 저지른 폭력 이상의 폭력이었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람 가운데는 진짜 깡패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불법으로 연행해 감금하고 평생에 남을 상처를 주는 것은 폭력이 아닐까? 국가에 의해 범죄자를 소탕한다며 어린 학생까지 강제로 끌어다 억압한 삼청교육대로 인해 죽거나 다치고 그로 인해 또한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범죄에 대한 분노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강력한 권력자가 그들을 한 순간에 쓸어주기 바라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강력하고 단호하며 보다 잔인한 권력자가 나타나 이러한 개인적인 범죄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그러한 권력자가 장차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러한 그들의 작은 분노는 거대한 힘 앞에서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스포츠 선수 하나가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서는 단호한 처벌을 요구하면서 대기업이 부정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국가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예인 하나가 병역을 회피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는 연예인 생활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치인에 대해서는 병역이야 상관없이 일단 지지하고 본다. 부정과 부패, 부조리와 차별, 독직과 전횡이라고 하는 사회적인 악에 대해서는 필요악이라며 관대하면서 도리어 개인의 작은 악에 대해서만 엄격한 것이다. 사람이 선하다고 다같이 선한 것은 아니다. 선하다고 할 때도 사회적인 선함이 있고 개인적인 선함이 있다. 사회적인 악을 제거하고자 하는 선함과 개인적인 악으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선함이다. 한 사람의 거지에게 얼마간을 건네는 선함이 있는가 하면 거지가 더 이상 거지가 아닐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자는 선함도 있다. 개인과 사회를 구분하고, 개인의 선과 사회의 선, 개인의 악과 사회의 악, 그리고 그 가운데 무엇이 더 크고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깨닫는 것인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선동하고 선동되고, 속이고 속고 역사상 줄곧 반복되어 온 일그러진 모습이다. 그러면서 괴물들이 나타나고 역사도 일그러진다.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이유인 것이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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