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꽁무니에서 내뿜는 매캐한 연기가 가시질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처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콘크리트 철벽 사이,
키 작고 허리 구부정한 백발의 할머니가 무표정한 얼굴로 상심한 연두빛
상추를 솎아내고 있다.
무성한 아파트 숲 사이로 해가 고개를 숙일 때쯤
주름진 손 위로 햇비가 떨어져도
할머니는 나지막한 고춧대 위의 청량고추를 따느라 여념이 없다.
할머니는 남새밭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바리바리 싸서 도회지 큰 아들네 보내려는 것일까
할머니의 주름진 손 그늘 아래, 회색 아스팔트는 알록달록 꽃밭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