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우리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받든다.’는 신념의 분명한 의미를 드높일 날이 올 거라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판단되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지난 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계단 앞에서 인종 차별 철폐와 불평등을 극복하자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이라는 명연설로 기억되고 있는 한 대목이다.
킹 목사의 연설이 있은 지 45년만에,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 자신도 대통령 도전을 결심하기 전에 “과연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스스로 의심해 봤을 정도로 미국 내 백인의 흑인 차별과 편견은 허물지 못하는 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함으로써 45년 전 킹 목사가 꿈꾸었던 세상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 됐다.
오바마 당선인은 그동안 “꿈 앞에는 장애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뒤 시카고 그랜드파크를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서도 “꿈을 실현한 것은 내 꿈이기도 하지만 바로 여러분들의 꿈이며, 여러분들의 성공이다”라고 밝혀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고 한다.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에서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은 `기념비적인 정치적 사건`에 분명하다.
태생적 소수자가 인종, 민족, 세대, 계층의 장벽을 뛰어 넘어 미국 대통령으로 예약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지는 “미국정치에서 인종주의의 마지막 장벽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 된 오바마도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서 이점을 분명히 했다. “대선승리는 변화를 시작하는 계기”이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임”을 약속한 것이다.
오바마는 하와이에서 태어났지만 아시아권에서 성장한 독특한 케이스다. 그렇다면 미국 주류사회를 움직이게 한 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시대흐름이다. 시대흐름은 가깝게는 조지 부시 행정부 8년간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작용이고, 멀게는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가슴에 품어온 변화의 욕구다. 오바마 본인도 잘 알다시피 세계는 지금 불확실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 중동지역에서의 대테러 전쟁 수행,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하나같이 까다로운 사안들이다.
특히 이들 문제는 부시행정부에서 터졌거나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힘의 우위를 내세운 종래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을 고집할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담아 들어야하는 이유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내년부터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비관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좋지 않은 소식뿐인데 급변의 세계에서는 국가경영도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변화를 외치는데 우리가 변화를 도외시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미 금융위기에서 보듯 미국도 허점투성이다. 미국의 좋은 점을 본뜬다면 다행이지만 나쁜 것까지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입장에서 냉철한 분별력을 갖추어야 국제경쟁사회에서 바보취급을 받지 않는다. 판단의 주체는 `나`, 혹은 `우리`여야 한다. 나의 여건에 맞는지, 우리 국익에 합당한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오바마 차기 행정부와도 협력할 것은 하고 따질 건 따져야 한다. 미국도, 다른 선진국도 맹신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나와 우리를 책임져줄 존재는 나와 우리일 뿐이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의 제목처럼 노바디(Nobody)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