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한 청계 못에 얽힌 사연 청계(淸溪)는 맑은 개울이란 뜻이다. 옛날 이 마을을 흐르는 개울물이 참으로 맑았던 모양이다. 이 마을 이름 맑아실(淸溪)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청계(淸溪) 마을 앞에는 조그만 연못이 하나 있다. 이 연못을 청계지(淸溪池)라고 하는데, 지금은 물도 맑지 않고 잡풀이 반쯤 우거져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유장자(柳長子)가 이 마을에 터를 잡아서 살고 있었다. 유장자(柳長子)는 이름난 부자에다 인근에서 알아주는 세도가였기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문중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서 찾아오는 친척과, 과객, 식객, 걸객 등으로 집안은 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 이 손님들로 인하여 유장자댁 부인들은 숨 돌릴 겨를도 없었다. 접대할 손님들은 해가 갈수록 더욱 늘어만 갔다. 이렇게 손님 접대에 시달려오던 어느 날 어떤 스님이 와서 시주를 청하였다. 그때 유장자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한탄조의 말을 내뱉었다. “손님이 적게 오도록 해 주신다면 시주는 원하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은 이렇게 말을 했다. “그야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손님 접대로 힘은 드시겠지만, 손님을 많이 치르는 것은 공덕을 쌓는 일입니다” 하고 가만히 시주나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장자 부인은 “그동안 쌓은 공만 하여도 넉넉합니다. 정말 소원이오니 손님이 줄어드는 비법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하며 한사코 스님에게 애걸하였다. 이에 스님은 마음속으로 이 집도 이제 가운(家運)이 다 기울어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부인에게 말했다. “앞에 있는 동산 자리에 연못을 파시지요. 동산을 다 헐어내고 더 파내서 연못을 만들고 부엌에서 연못을 향하여 열 발짝 되는 곳에 쇠말뚝을 박아 놓으면 부인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하고 표연(飄然)히 사라졌다. 그 후 스님이 가르쳐준 대로 동산을 헐어 없애고 그 자리에다 연못(淸溪池)을 팠는데, 그로부터 마을에는 뜻하지 않은 재앙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으며, 유장자도 가세가 기울어 가더니 마침내 패가망신하였다고 한다. 이 일을 두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동산은 풍수적으로 볼 때, 그 마을의 안산(案山)에 해당된다. 안산은 혈 앞 가장 가까이 있는 작은 산인데, 혈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혈의 생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좁은 소견머리로 눈앞의 안일만을 위해, 안산(案山)을 헐어내고 연못(淸溪池)을 파 용혈을 다치게 하고, 복두꺼비 머리에 쇠말뚝을 박았으니, 이는 곧 스스로 패가망신을 자초한 꼴이다. 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하였다./정재술 순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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