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매우 흐림이다. 당장 치솟는 물가와 기름값에 장바구니 채우기가 여간 겁이 나질 않는다. 뛰는 사교육비도 그렇고, 자식 키우기가 걱정스럽다. 허리를 졸라매자니 졸라 맬 허리가 없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더니 이젠 멜라민 파동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한우에다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에겐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냥 싼 것만 먹을 수도 없고, 서민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각종 원가나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적자에 시달리거나 문을 닫기가 일쑤다. 농업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농민들도 수입 개방에다 비료와 농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밭을 갈아엎고, 게다가 불황이 계속될 것 같다니 한 숨만 쌓인다. 서민들의 이런 고단한 삶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안들은 박탈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쌀 직불금을 타낸 공무원이 4만여명에 달하고 일부 국회의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불금의 뜻마저 정확히 몰랐을 것이다.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의 본질은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국민의 세금을,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농사짓는다고 거짓말을 해 불법적으로 챙긴 사건이다. 투기를 위해 농지를 매입하고, 직접 경작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쌀 직불금을 타내고, 나중에 농지를 팔 때 양도 소득세를 면제받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는 것이다. 농민에게 가야 할 돈을 가로챘다니 벼룩의 간을 낼 일이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 보니 이런 저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이어 건설업체 등에 대한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일각에선 달러 모으기를 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들이 있어 그런 대책들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서민들에겐 별반 와 닿질 않는 얘기다. 정작 내야 할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서민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은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면 저마다 연탄에 대해 아련한 추억들을 몇 가지씩은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창고 가득 쌓여 있으면 부자라도 된 듯 마음이 든든했기에 연탄 들여오는 날이면 신이 나기도 했고, 자식들이 행여 찬 방바닥에서 추워하지 않을까 새벽녘에 정성스레 연탄을 갈던 어머니의 모습은 콧등을 시큰거리게 했다. 새끼줄에 연탄 한두 장을 꿰어 사들고 오던 풍경도 있었고 불씨를 꺼뜨리면 옆집에 새 연탄을 주고 불이 활활 타는 연탄으로 바꿔오기도 했다. 어른들은 달아오른 연탄불에 고기 한 점 올려놓고 소주잔 기울이며 각박한 세상사 시린 마음을 데우기도 했고 연탄가스의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동장군이 아무리 위세를 부려도 하루 연탄 한두 장이면 온 가족이 포근하게 지낼 수 있었고 열기로 물도 데우고 음식도 해 먹고 연탄집게를 걸쳐 놓고 젖은 운동화를 말리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은은한 불에 구우면 타지 않고 고소하게 익혀져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준다하여 연탄구이집이 성업이고, 가게나 작은 사무실, 농촌 비닐하우스 난방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지난날 우리네 삶과 친숙했던 연탄이기에 때론 교훈적으로 다가오고 때론 애달팠고 시린 추억이 떠오르게도 한다. 안도현 시인은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이 되지 못하였네’라고 하며 자신을 태워 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영혼의 연탄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고, `나를 전부라도 태워, 님의 시린 손 녹여 줄 따스한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님께서 걸어가실 가파른 길 위에 누워, 눈보다 더 하얀 사랑이 되고 싶었습니다`라고 한 이철환의 소설 ‘연탄길’의 정감 어린 문구는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의 자화상이었던 연탄이 요즘 고유가 시대 서민살림의 어려움으로 다시 ‘아랫목 지킴이’로 각광을 받으며 몇 년 전부터는 저소득층 많은 가구들은 연탄이 겨울을 이겨낼 소중한 연료라고 한다. 서민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연탄 한 장이 불우이웃들에게 추웠지만 마음만은 훈훈했다는 그 해 겨울로 기억되게 해 세상은 살 만하다는 희망을 심어줘야겠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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