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각 지역별 마을 이름 유래(31)
기산면 죽전리에 대밭골이란 마을이 있다. 그런데 이 대밭골이란 말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하! 이 마을에 본래 대나무가 많았던 모양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다. 이 마을을 유달리 대밭골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마을 뒷산 골짜기에 자생 대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이 나무는 자연 그대로 또는 약간의 가공만으로도 갖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각종 죽세공품이나 건축용재 그리고 농수산용재 등으로 널리 이용 되었다. 그 외에도 대나무는 식용이나 약용 등 그 용도가 참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대나무는 그러한 실용적인 용도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심성과 정서를 가꾸어나가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우리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대나무는 그 청아하고 고고한 품위와 맵시, 매서운 추위 속에서 더 돋보이는 짙푸른 기개, 깨끗하게 안을 비워 두는 결백함 등 맑고 푸르고 곧은 그 성정이 절개와 청렴과 결백을 생명과 같이 여겼던 우리의 옛 선비정신과 통한다. 그래서 선현들은 “무릇 장부의 기백은 이 대나무와 같아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 그런 까닭에 예로부터 대나무가 늘 시인묵객들의 입에 회자(膾炙) 되었던 것이다.
중국의 시성 백거이는 대나무를 일러 현명한 사람 혹은 군자에 비유했다. “대나무가 그 성질은 곧으니 곧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세우고 속은 비었으나 비어 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고 있으며, 마디는 곧으니 곧음으로써 뜻을 세운다.”고 말했다. 또 시경(詩經)에서도 대나무를 일컬어 “훌륭한 저 군자여, 잘라내고 다듬고 조고 갈아 자신을 닦는다.”라고 노래하였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대나무를 자기 집 가까이에 심어두고 그 품성에 자신을 비추어 보며 제 인격과 행실을 갈고 닦고자 노력했다. 대나무의 그 가냘프나 굳센 줄기, 댓잎에 이는 바람, 달빛 창에 비친 대 그림자, 눈 속 대나무의 외로운 기상 등 사시사철 변함없이 곧고 푸르게 번성하는 이 대나무에서 그들은 군자의 참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예로부터 사람들의 정서를 깨끗하고 윤택하게 하여주는 식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대나무를 가까이 하면 가까이 할수록 자연스럽게 그 대나무의 곧고 꼿꼿한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날 지조와 절개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이 시대에, 제 각기 집 울타리에 대나무를 몇 그루 정도 심어보면 어떨까. 그리하여 그 대나무와 함께 벗 삼아 노닐다보면, 명리(名利)에 혼탁해진 우리 마음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맑고 깨끗해지지 않겠는가./정재술 순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