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서두 부분이다. 이 글을 처음 대할 때 그토록 나라가 어지러웠던 시기에 문화대국의 꿈을 꾸었던 민족지도자의 통찰력에 대한 존경심이 충만했었다. 진정한 선진국은 문화선진국임은 누구나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문화경쟁력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들, 그리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문화생활을 향유하며, 모든 장르의 예술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세심하게 정책을 펴나가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인을 국보로 대우하는 제도에서부터 세계 최고의 디자인과 브랜드로 승부를 거는 자존심, 그리고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특화된 문화정책은 이탈리아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선진도시는 문화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미 문화가 국가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을 기초로 한 다양한 마케팅이 전개되고 있다. 건물 하나하나에서부터 도시의 자연환경, 박물관, 미술관 등 예술 공간,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 그리고 축제에 이르기까지 명품화를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람들이 작곡가 차이코프스키(1840∼1893)에게 동료 예술인들을 만나지 않고, 사업가들만 만나는 이유를 물어 보았다. 차이코프스키는 “사업가를 만나면 예술 이야기를 하지만, 예술가를 만나면 돈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소수의 유명예술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힘겹게 생활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예술과 돈과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이고 철학적으로 풀어 가기에 앞서 이 땅이 아름다워지고 정신적으로 윤택하기 위해서 예술가들의 창작열을 끊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금전적인 어려움에 고통을 겪고 있는 순수 예술인들에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요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도시 구현’이란 구호는 먼 별나라 이야기일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이 추구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의 정신, 다시 말해 그들만이 갖고 있는 자존심을 존중해 주고 북돋아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때론 이성보다 강하고, 때론 무기보다도 강한 열정이 되어, 위세와 돈이 큰소리 칠 때도 그것은 아름다움과 진리가 되어 결코 위축되거나 침묵으로 맴돌지 않을 것이다. 지금 칠곡군은 문화는 무엇인지, 어떻게 특화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역량을 축적하고 문화예술인을 키우며 문화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처럼 투자효과가 당장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년의 계획을 세워 꾸준히 투자하고 우리 칠곡군민의 문화적 역량을 높여나간다면 그토록 김구 선생이 원했던 문화대국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져본다. 가을 예술향기로 가득한 전시장을 보면서 예술이 좋아서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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