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까까머리 아이를
솔향기로 달구어진 아궁이 앞
정지바닥에 단단히 앉혀놓고
힐끔힐끔 집어넣은 한 움큼 쌀밥을
까끌한 보리밭을 헤집듯
무쇠 솥 구석구석 나무주걱 급하게, 질기로
양은 양푼이에 고봉으로 퍼 담고
남새밭 솎음상추 한 소쿠리 듬뿍 얹어
촉촉한 밭고랑 새벽이슬을 새콤한 양념으로 뿌리고
짜글짜글 지진 묵은 된장 넘치도록 풀어
기슭에서 기웃거리는 벙긋한 아침햇살 끌어다가
베적삼이 젖도록 질퍽하게 아침을 버무리던
솔잎파리같은 풋풋한 여자
눈이라도 마주치며 헤프게 웃어주던 여자
새벽바람 저녁노을로 희끗희끗 저물어 가는데
등이 굽도록 질기게
남새밭을 매달고 있는 여자
/배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