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의 불이 끄지지 않는 가운데 18대 국회는 개점 휴업상태다.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정치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부여받은 국회가 더 이상 쇠고기 문제를 촛불시위에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 통합민주당이 민의를 대변하는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특히 지난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했던 여당으로서 지금은 왜 반대하는지? 촛불시위대신 국회의 불을 밝혀 진지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 한다’라는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 하루 빨리 국회를 열어 유가(油價)와 물가 인상에 따른 민생대책과 한-미 FTA 등 필요한 입법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미국 부시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정부도 숨 가쁘게 뛰고 있고, 한나라당도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통합민주당이 국회 개원에 불응한다면 대의(代議)민주주의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지난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젊음을 받쳤고, 특히 87년 6·10 민주항쟁에 선봉에 서서 싸웠던 한사람으로서 촛불시위를 지켜봐야 하는 착잡한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본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하는 여러분의 노고와 애국심 등 순수한 충정에 경의를 보낸다.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헌법 제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와 같이 개인의 의사는 자유롭게 밝힐 수 있으나 헌법 제37조 제2항처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으며… 등으로 되어 있다.
이는 잘 알다시피 개인의 의사는 밝히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촛불시위는 기간이 짧게 국민 의사만 전해야지, 대의(代議) 민주국가에서 너무 오래하면 순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역기능도 있다.
협상에는 늘 상대가 있는데 우리에게만 유리한 협상은 없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재협상이 안 된다고 촛불시위가 반미(反美)와 정권 퇴진운동으로 계속된다면 어느 누가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믿고 협상하겠으며, 국제간에도 준법정신을 지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뢰가 떨어져 그로 인해 우리 정부와 대통령과 기업 등이 국제 미아(迷兒)가 될 때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고 몽땅 국민이 져야 할 것이다.
최근 온 국민과 세계인의 관심사인 한-미 FTA 문제만 해도 그렇다.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여당이던 현 통합 민주당 의원들은 지지하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반대를 했었다.
참 재미난 사실은 당시 여당이던 열린 우리당이나, 정권이 바꿔 여당 된 한나라당 때 만든 정부의 자료(한-미 FTA의 비전과 목표)가 거의 똑 같다. 글자 한자 안 틀린다고 할 정도이다.
정말 국민이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이해가 안 된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장관만 바뀌었지 실무진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우리나라의 주장은 노무현 정부나 현 이명박 정부나 똑 같을 수밖에 없는데 국회의원들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자리만 옮겨 앉았는데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180도 다른 주장을 얘기할 수 있는 게 국회의원의 참모습인가 묻고 싶다.
특히 헌법에 따라 정당하게 선출된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운 하는 것은 옳지 않고, 우리가 우리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면 무슨 국익이 있겠는가? 자기주장을 관철키 위해 시위는 하되 경찰의 저지선은 지키고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전-의경도 국민의 사랑스런 아들 들이다. 일부 난폭한 불순 세력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한-미 수출입 현황, 협상의 상대성원리, 최근 한-미 정상회담, 정상회담과 국제관례, 미국 부시 대통령과 차기정권의 역학관계, 한국의 국제 지정학적 관계 등 무엇이 국가 이익이고 국민의 도리인지 냉철하게 생각하고 서로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고 행동 하자. 국제 유가 급등 등 급변하는 시대에 자랑스런 국민이 되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역사는 수학공식과 같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한나라가 역사와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절실하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 개인과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민족에게는 세상을 호령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든 찾아온다고 확신 한다. 환언하면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서로 입장 바꾸어서 생각하고, 조금 참고 양보하고, 국내외적으로 준법정신을 지켜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