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의회 제8대 의원들의 임기 4년 가운데 절반인 2년이 지났다. 후반기를 이끌 의장과 부의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의장직을 차지하려는 물밑 대결이 치열하다. 의원들은 왜 눈에 불을 켜고 의장직에 욕심을 내는 것일까. 의회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칠곡군의회 의장의 경우 의정비(연봉) 외에 별도로 매달 300만원(부의장은 150만원)의 업무추진비(판공비)와 운전기사가 딸린 관용차량이 지급되며 정치적 위상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공적인 행사에 군수와 같은 위상으로 동등한 의전을 받는다. 모임 때마다 호명을 받아 얼굴을 내밀면서 `축사`를 하고 다닐 수 있고, 의회 수장으로서 군수와 동등한 예우를 받으면서도, 집행부와 달리 책임소재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일부는 이를 발판삼아 광역의원에 진출하거나, 군수에 출마하는 등 경력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전언이다. 외부의 간섭을 지켜내고 구성원의 자유의지를 표출시키는 교황선출 방식. 가톨릭 추기경단의 선거인 교황선거(conclave)방식으로 전국 대부분 지방의회가 의장단을 선출한다. 교황선출 방식은 특이하다. 특별히 후보자가 없고, 피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중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11세기 교황선거를 추기경 주교에게 국한시키는 교황선거법이 실시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속인의 간섭으로부터 교회의 자유를 지키고 되찾으려는 교회개혁의 방안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4세기부터 로마황제 등이 교황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교황선거의 승인권을 요구한데 따른 교회의 자주권 회복이다. 유폐당한 교황선거 장소를 가리키는 콘클라베(conclave)는 원래 ‘열쇠로 잠근다’란 뜻을 갖고 있다. 추기경들은 지정된 장소와 건물에서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차단된 가운데 비밀투표를 실시한다. 정해진 서약문에 따라 외부 개입배제와 비밀엄수를 맹세함은 물론이다. 도덕적으로 검증된 성직자들이 양심에 따라 소신있게 투표하는 것이다. 매수와 파벌과 후보난립, 선거과열을 막기 위한 깊은 뜻을 갖고 있다. 성스런 종교 지도자를 뽑기 위한 엄격한 선거방식이 지방의회에 도입된 취지는 구성원간의 합리적이고 자유스런 의지를 존중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이 도덕적이고 양심적으로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선출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의회 의장단 선거는 갈수록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후보출마에 따른 정견발표나 후보등록 등의 선거절차 없이 의원 구성원 간에 선출되다보니 의장직에 뜻을 두고 있는 각 후보자들의 합종연횡은 물론 밀실거래, 담합이 예사다. 의원 모두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전원 후보’이다보니 편가르기나 상임위원장직 보장 등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진다. 누가 출마했고,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세력이 누가 큰지, 자리를 어떻게 배분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 다수당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나눠먹기 관행도 계속된다. 심지어 누구를 지지했느냐를 놓고 폭력다툼까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무늬만 교황선거 방식일 뿐이란 비판도 거세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일부에서는 의장단 선출방법을 개선하고 있다. 부산시의회·강원도의회에선 후보등록제와 정견발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충북도의회 등에선 정견발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교황식 선출제도가 현실 정치에서 적용하다보니 ‘때’가 너무 묻어 그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한 때이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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