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과 연합작전권은 전혀 별개의 문제
작전권은 위임했어도 지휘권 자체는 대통령이 보유
해마다 6월이 오면 `호국의 강` 낙동강`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은 또다시 저며 온다. 평화롭던 조국의 산하를 피로 물들게 했던 그날이 서러워 우리는 침묵의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처다 볼 뿐이다. 2008년 다시 맞는 호국·보훈의 달에 여기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사를 특집으로 싣는다. /편집자
2012년이 되면 한미연합군의 깃발은 내려진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 정부는 국군 구성군의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하여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미국정부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는 국군의 전력이 너무나 미약했던 만큼 민족적인 `굴욕`을 무릅쓰고 국군의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넘겨줬지만 이제는 우리 군도 막강한 자주군대로 성장했으므로 대한민국의 `군사주권`을 되찾기 위해 한미연합군사령관으로부터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 연합사 해체의 논리이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를 해체한다고 해서 6·25남침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이론이 제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 시국에 비추어 너무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한권의 책을 소개한다.
오래 전에 경북대학교 강사를 역임한 바 있는 국제법학자 유무열(왜관읍 왜관9리) 씨는, 그의 저서『국제법』에서 유엔군사령관이 갖는 전시작전권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이 갖는 연합작전권은 전혀 별개의 권한이므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어도-정전협정이 존속하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계속하여 유엔군사령관에게 유보되는 것이며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간 노무현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한미연합사 해체작업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특히 전 예비역 장교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추진해 온 한미연합사 해체작업은 6·25남침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군사령관으로부터 환수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군사주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목적이 되는 전시작전권은 돌아오지 않은 채 한미연합사만 해체되고 만다면, 이것이야 말로 `바보들의 행진`이 아니면 `이적행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까?
국가안보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거대한 한미연합군이 고작 작전권의 귀속에 관한 터무니없는 오해나 무지로 인하여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면 이것보다 더 허망한 일은 없을 것이다.
망국의 시대인 구한말에서조차도 없었던 정책적 오류가 어찌하여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전투조종사로서 30년간 군문에서 충성을 다한 필자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기에 몇 가지 의문을 풀고자 역사의 현장인 이 `호국의 언덕`에서 오늘도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저자와 만나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등과 관련, 대담을 가졌다.
이=한미연합사의 해체가 오직 ‘군사주권의 회복’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국민은 그래도 참아 왔는데『국제법』에서는 그것이 주권의 제한이나 회복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던데요?
유=그렇습니다. 한미연합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 교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1978년에 창설된 한미연합군은, 1953년에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집단자위권을 양국 대통령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군대이며 어느 일방이 지휘하고 타방이 종속된 군대가 아니므로 연합군의 결성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주권이 제한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그러나 노무현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이 자기나라 군대를 지휘할 권한도 없는 이런 나라가 무슨 주권국가이냐"라며 "그 많은 국방예산은 어디다 쓰고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미연합사 해체의 당위성을 ‘군사주권의 회복’으로 인식시킴으로써 젊은 학생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유=한마디로 국민을 홀린 것이지요. ‘대통령에게 지휘권도 없는 군대’라면 그 군대는 지휘권을 가진 나라의 ‘괴뢰군’이 되고 마는데 대한민국의 군사주권이 어디 갔기에 대통령이 자기나라 군대를 지휘할 권한도 없다는 것인지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지요. 과거에는 우리 정부가 농민들을 돕기 위해서 이중 곡가제를 실시해 왔지만 이제는 그것이 WTO협정에 위반되기 때문에 농민을 돕고 싶어도 이중 곡가제를 실시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을 두고 "정부가 자기 농민도 마음대로 도울 수 없는 이런 나라가 무슨 주권국가이냐, 그 많은 전문가는 다 어디가고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박사니 뭐니 하고 거들먹거리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하면서 화를 내는 대통령이 있다면 그런 대통령을 뽑은 국민은 얼마나 창피하겠습니까? 대통령 스스로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니 용기가 절로 나겠지마는….
우리나라가 WTO 회원국으로서 세계무역기구의 규범을 지키는 것이 주권의 제한이 아니듯이 6·25남침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승만)이 국군의 ‘작전권행사의 권한’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것은, 유엔헌장 상 피침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적인 조치’인데 그것을 마치 ‘군사주권’을 외국(미국)에 갔다 바치고 우리 대통령에게는 작전지휘권도 없는 ‘허수아비 군대’인 것처럼 국민을 선동하는 국가통치자는 이 지구상에서 두 사람 말고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평양에서는 날만 새면 ‘남조선 군대는 작전지휘권도 없는 미국의 용병’이라고 악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1950년 7월15일, 국군의 전시작전권행사의 권한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하게 된 것은, 한국사태에 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군사조치)가 성립된(6월28일) 이후부터는 유엔헌장 상 대한민국의 `개별적인 무력행사`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때 대통령이 위임한 권한은, 대통령의 군사지휘권으로부터 파생된 `전술적 통제권의 행사`를 잠정적으로(현 상태의 적대행위가 계속되는 동안) `위임`한 것이며 지휘권 자체를 `이양`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작전지휘권은, 군통수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에 전속된 권리이므로-권리의 성질상-타기관이나 타국가에 이양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전권 행사`의 위임조치 이후에도 지휘권 자체는 대통령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951년, 유엔 관련 국가들 간에 정전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 없는 정전을 반대하며 국군에 대하여 `북진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 이것은 바로 작전권행사의 위임조치 이후에도 지휘권 자체는 대통령에게 있음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현재의 휴전선이 국군이 맡았던 동부전선은 3·8선 이북으로 올라가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1978년에 한미연합군의 창설을 대한민국이 주도한 것도 대통령에게 지휘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작전지휘권도 없는 대통령이 타국(미국)과 연합군사령부를 창설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유무열 저자는“더구나 한미연합군사령관은, 양국 대통령의 전략지침을 받아 예하 부대를 지휘하는 것이므로 전쟁이 나면 우리 대통령도 미군 구성군(전시증원군 포함)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바로 그 통제권을 가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대통령인 자신은 아무런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인 것처럼 국민을 선동하여 일구월심 한미연합군만 해체되면 그 무슨 독립국가라도 하나 생겨나는 것처럼 떠들고 있었으니 나라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권한을 왜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돌려 달라고 떼를 씁니까? 자신의 물건을 김씨에게 맡겼으면 그 사람한테 돌려달라고 해야지 엉뚱하게 이씨에게 돌려 달라고 하면 그것이 돌아옵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초등학생도 안하는 짓을 일국의 대통령이 하니까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군사주권을 되찾기 위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상`은, 1950년 6·25남침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작전통제권이 1978년에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관`된 것으로 `오인`한데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느 대통령도 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위임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관`될 수는 없다고 이 책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엔군사령관이 행사하는 권한은, 집단적 제재를 위한 `국제경찰권`이며 그것은 유엔헌장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므로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이 `집단자위권`을 권한의 한계로 하는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관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관`한다는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합군 창설당시 한·미간에 체결한 `연합군사령부 권한 위임사항에 관한 약정`에서도 그러한 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설사 그러한 조항을 둔다고 해도 그것은 유엔헌장에 위반되기 때문에 효력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창설목적에도 반한다는 주장이다.
한미연합군은 양국간의 합의에 의해 창설된 군대인 만큼 국군구성군에 대한 지휘권을 `분리`함으로써 연합군체제를 해체할 수 있지만 유엔군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각 참전 가맹국이 파견한 군대이므로 그 총사령관의 권한을 한·미 양국정부가 마음대로 이동시키거나 조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유엔군총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군사령관에게 `이관`되거나 대한민국으로 `환수`된다면 정전협정상 유엔군측 당사자로서의 한국군의 법적지위도 소멸되어야 하며 그 당연한 결과로서 한국군 대표가 군사정전위원회에 참여해야 할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격도 없어진다는 저자의 논리는 일관성을 보였다.
6·25남침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유엔군사령관에게 `유보`되어 있는 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평화협정이 성립됨으로써 정전협정이 종료되면(유엔사 해체로) 자동으로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2012년에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6·25전쟁 때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국군의 작전통제권이 62년만에 돌아온다는 몽유병 환자들의 잠꼬대에 그 무슨 응답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또 물었다.
이=그럼 군사주권을 회복한다는 명분 아래 한미연합군까지 해체하는데도 불구하고 유엔군사령관에게 위임한 전시작전통제권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헛수고 하신 겁니까.
유=아이 업고 애 찾다가 해가 저물어 고향으로 가신거지요. 그러나 결코 헛수고 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가 의도한 목적은 이미 재임 중에 달성되었으니까요. 비록 유엔군사령관에게 유보된 권한은 돌아오지 않지만 어차피 2012년이 되면 한미연합사는 해체되지 않습니까? 전시작전권은 핑계였을 뿐이니까요.”
이=그래도 낙동강은 흐를 것이며 조국을 지킬 것입니다. 햇살에 강물이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자리를 떠야 할 것 같은데 뭐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은….
유=6월에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면 구국의 영웅 백선엽(白善燁) 장군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낙동강전선`의 빛나는 소식과 더불어 철모 쓴 장군의 모습이 신문에 날 때마다 그래도 국민은 희망을 가졌던 그 때의 일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비장한 모습은, 바람에 날리는 촛불 같은 조국의 운명을 혼자서 지고 가는 성자의 모습이었기에 역사는 영원히 장군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원수(元帥) 계급으로 국민이 보은(報恩)할 수 있는, 그런 심부름을 할 자격을 갖춘 대통령이 5년 후에는 반드시 나오기를 소원합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이 `호국의 언덕`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 때의 슬픈 사연들은 서로가 안으로 새기면서 작별의 인사를 악수로써 대신했다.
/대담=이영순 大記者
유석(惟石) 이영순
-공군사관학교/국방대학원 졸업
-대령예편/공사 비행교수 역임
-PEN 클럽/칠곡문협 회원, 시인
-현 여주 승진항공비행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