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밀접한 관계인 `물과 龍`
가산면 학상(鶴上)리에 용솟음 골이란 마을이 있다. ‘용솟음’이란 말 그대로 용이 하늘로 솟았다는 말이다. 이 마을 뒤 유학산 구릉을 따라 골짜기 입구로 들어서면 용대암(龍臺岩)이란 바위가 있는데, 옛날 이 바위가 뇌성벽력과 함께 갈라지면서 그 속에서 용(龍)이 나와 하늘로 솟아올라갔다고 한다.
그 이후 용(龍)이 하늘로 올라간 그 곳에는 웅덩이 하나가 생겼다. 그 웅덩이를 마을 사람들은 용담(龍潭)이라 불렀다. 용담은 그 깊이가 얼마나 깊었던지 두 꾸러미의 명주실을 다 풀어 넣어도 모자랄 정도로 아주 깊은 소(沼)였다.
이 용담(龍潭)에서는 많은 물이 솟아져 나와 골짜기로 흘러 내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물을 이용하여 논농사를 지었는데, 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할 때는 그곳 용담(龍潭)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그런데 용담(龍潭)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어찌나 영험이 있었던지, 제관이 기우제를 지낸 후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 그 비는 용(龍)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용이 하늘로 솟아올라간 자리, 즉 용담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그것이 또한 효험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용(龍)의 순수 우리말은 ‘미르’다. 그런데 이 ‘미르’의 ‘미’는 바로 물을 가리킨다. 우선 미더덕, 미나리라는 낱말을 살펴보자.
바다 속에 미더덕이 있고 물기가 많은 습지에 미나리가 자란다. 이 미더덕, 미나리는 산에서 자라는 더덕과 나리에 물을 뜻하는 ‘미’자가 들어가 미더덕 미나리가 된 말이다.
또 강물로 머리 감는 것을 흔히 ‘멱’감는다고 하는데, 이 ‘멱’이라는 말 또한 ‘미역’이라는 말에서 ‘ㅣ’ 음운이 탈락되어 축약된 말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현상을 우리는 흔히 ‘용오름’ 현상이라고 한다. 이 ‘용오름’ 현상 또한 물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용(龍)’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로써 생각해 볼 때, 상상의 동물 용(龍)은 물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예로부터 용(龍)이 짙은 안개와 비를 동반하면서 구름에 싸여 움직인다는 말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물의 많고 적음이 특히 문제가 되는 농사가 벼농사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벼농사 지역에서는 용(龍)이 비를 가져다주는 우사(雨師)이자, 물을 관장하고 지배하는 수신(水神)으로써 신성시 되었던 것이다. /정재술 순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