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각 지역별 마을 이름 유래(25)
영리(永里)는 마을 뒤 당산 줄기가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다. 영리(永里)를 달리 당산골(堂山)이라 하는 것 또한 이 당산(堂山)의 ‘영특한 기운이 마을에 가득 흐르고(運英特之氣)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마을은 본래 영특할 영(英)자를 써서 마을 이름을 `영리(英里)`라 했던 곳이다.
그런데 일제는 1914년 이 지역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한솔과 행정, 죽전, 가림의 일부를 병합하여, 마을이 동서로 길게(永) 형성되어 있다는 이유로, 종전의 영특할 ‘영(英)’자 대신에 길 ‘영(永)’자를 써서 마을 이름을 영리(永里)로 바꾸었다.
일제는 이처럼 우리 땅을 침탈한 이후 우리 땅이름을 자기네 임의대로 바꾼 것이 많이 있다. 그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음(音)만 같게 하고 다른 글자를 취한 것도 있고, 원래의 이름이 아예 없어진 것이 있는가 하면, 우리의 옛 땅이름과는 관계없는 아주 엉뚱한 이름이 된 것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 곳곳에서 산 이름으로 등장하는 봉황산의 경우를 살펴보자. 봉황산은 봉황이 깃든 산이란 뜻이다. 일제는 상서로운 기운이 깃든 그 산세를 보고는, 봉황의 황자를 빼고 날아갈 비(飛)자를 써서 비봉(飛鳳)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는 봉황이 날아가면서 산의 혈과 기가 힘을 못 쓰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안양천(安養川)이란 이름도 일제가 붙인 아주 엉뚱한 이름이다. 원래 이 내(川)에는 갈대가 많아, 옛날부터 ‘갈내’ 또는 ‘갈천’이라 부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일제는 이 내(川)가 안양 지역을 지난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옛날부터 불러 오던 이 ‘갈내’ ‘갈천’ 같은 이름을 없애 버리고, ‘안양천’으로 그 이름을 바꾸어버렸다.
그 밖에도 인왕(仁旺)산의 원래 이름은 지금의 왕성할 왕(旺)자가 아닌 임금 왕(王)자 ‘인왕(仁王)산’이었다. 그런데 이 산 이름에 대한 표기를 일제는 왕성할 왕(旺)자를 써서 ‘인왕(仁旺)’산으로 바꾸었다. 일본을 뜻하는 ‘일(日)’자와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합쳐진 이 왕성할 왕(旺)자에는 ‘일본(日)이 조선 왕(王)을 누른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땅이름에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소망과 의식이 담겨있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기를, “땅이름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그 민족의 얼을 묶는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다”고 했다. 이처럼 땅이름은 그 땅에 살았던 사람이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뿌리이자 민족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우리의 이러한 옛 땅이름 의미를 희석시키려 했던 것이다. /정재술 순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