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편지`…따뜻한 겨울시로 읽다
왜관 순심고 교사인 박경한(사진) 시인이 22일 교육문화복지회관에서 시집 `살구꽃 편지`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시집 살구꽃 편지에는 `숲에서 톱질을 하며` `겨울 속으로` `바다로 길을 내다` `새` `다시, 광야에서` 등 박 시인의 자작시가 여러 편 실려있다.
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인 김태수 시인은 `겨울날, 따뜻한 겨울시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이 시집에 대한 해설을 붙였다.
김 시인은 해설에서 "그의 시는 자유로운 행보로 계절을 관통하고 있다. 삼랑진, 미시령, 해평들, 미륵사, 갓바위, 낙화암 등 이름만으로도 누군가가 한때의 젊음을 환기시키는 친근한 지명들이 등장한다. 그의 발길이 닿는곳마다 `마을의 허기진 불빛 한 모퉁이에 새벽 국밥을 파는 늙은 내외와, 승천 장의사의 흐릿한 간판이 작은 불을 달고 선 안개 낀 새벽도시, 지아비의 오래 앓은 기침소리가 독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고 적었다.
김 시인은 또 "결코 방종하지 않은 그의 보헤미안적 방황은 `닿아야 할 사람의 마을과 팍팍한 세월의 고개를 맨발로 넘는다거나, 아직은 너무 차가운 바람 몇줄기와 아직은 온몸 훑어내리는 신열(身熱)을 달게 참고, 사람들이 고갯마루 아래에서 끓이는 된장국 냄새를 희망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겹게 눈길을 헤쳐 나가고 있음`으로 동시대 서민들의 애환을 자기화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한 시인은 경북 선산 출생으로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그런 날-박경한
슬픈 날을 지나서
불면의 밤을 지나서
마음의 벼랑을 지나서
아아, 죽음 같은 청춘을 지나서
새봄 물미나리처럼
초록 새싹 튀어 오르는
그런 날이 있어
라일락꽃가지 넘실대는
그런 날이 있어
낙화의 세월이었지만
목을 맸던 청춘이지만
사랑 때문에 매미 소리
황홀해 지는 그런 날이 있어
맑은 햇살 한 줄기 있어
나팔꽃 팡팡 터지는
초록길 있어
그런 날도 있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