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존권 빼앗는 왜관3공단 조성
칠곡군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왜관3공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군이 크게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군민으로서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약240만㎡(약70만평)에 이르는 왜관1·2공단의 조성 과정이나 현 상황을 볼 때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많은 문제만 낳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칠곡군이 추진하고 있는 3공단 수용 예정지에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왜관 벌꿀참외와 금남 오이를 생산하는 농업진흥지역 약9만평이 포함되어 있어, 고도의 농업기술을 갖추고 있는 농민들은 경작지를 몽땅 잃어 생존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경제력 상실로 인한 극빈층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주민의 권익 보호를 소수이건 다수이건, 최상의 목표로 삼아야 할 기초자치단체인 칠곡군은 무분별한 개발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3공단 조성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을 현혹시키거나 기만하는 행태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의 행정적 횡포에 주민들이 저항하는 것은 정당하며 국민으로서 부여받고 있는 기본권에 해당하는 당연한 권리이기에, 3공단 조성과 관련하여 칠곡군이 저지른 몇 가지 부당한 업무처리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칠곡군이 해당 지역 주민들과는 사전 협의를 전혀 거치지도 않고 그 어떠한 주민 대책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들 모르게 3공단 조성 계획을 추진해 온 사실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특히 주변의 임야를 깎아 메우기만 하면 최소의 경비로 공단을 조성할 수 있다는 계략에서 가운데에 위치한 약9만평의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을 포함시켜 3공단을 만든다는 것은 칠곡군이 감추고 있는 개발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된다. 더구나 가지고 있는 모든 농지를 다 수용당할 주민들 앞에서 칠곡군 고위공무원이 공단이 들어서면 주변 땅 값이 오를테니 혜택을 보지 않으냐는 식의 망발을 수차례나 해대는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둘째, 낙산리-금남리 일원에 조성되는 3공단이 약3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임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므로 공단 규모를 축소시킬 것을 제안했으나, 군은 공단을 대규모로 조성해야만 건교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아내기 위해 해당 지역 주민을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로 몰아넣어도 된다는 이런 이상한 논리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
셋째, 3공단이 조성되면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왜관읍 낙산2리의 마을회관에서는 지난 1월 30일 30여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공람공고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서(초안)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칠곡군이 뭔가 주민 대책이라도 갖고 왔을까하는 기대감을 주민들이 가지고 모였다면 그건 큰 착각이었던 것이다. 그 설명회는 칠곡군이 법적 절차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지, 주민을 배려하는 모임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주민들은 확정된 3공단 기본계획에 대한 설명은 단 한번도 듣지 못한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넷째, 이 공람공고와 관련하여 정해진 기간(2008.1.22∼2.10)에 주민들은 의견을 서면으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20일간 공람을 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설 연휴가 2월 6일∼8일이고 9일과 10일이 주말이니 주어진 기간 중 공적 업무를 보지 않는 기간은 5일이나 된다. 특히 일요일인 2월 10일에 마감한다고 돼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주민의 입장을 무시하고 행정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칠곡군을 성토하는 바이다.
앞으로 칠곡군은 더 이상 이상한 논리로 주민을 기만하거나 일방적 행정적 횡포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저항하는 것이 국민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왜관3공단 조성 추진을 중단하길 촉구한다. /이종광(계명대 교수)·칠곡군 왜관읍 낙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