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이들과 토론 수업을 할 때는 항상 ‘글보다 말이 더 힘이 세다’라고 토론의 중요성부터 강조하고 수업을 시작한다. 글이란 어떤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나 또는 글로 표현해야 될 특별한 상황이 주어질 때만 쓴다. 그러나 말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해야 한다. 글보다 말이 더 힘이 세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그만큼 말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위와 같은 말을 아이들에게 하면 논술 선생님이 ‘왜 또 저런 말씀을 하시나’ 하는 의문의 눈빛으로 필자를 바라본다. 그러나 곧이어 다음 말을 듣고 나면 의문은 사라지고 토론수업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너희들 머릿속에 많은 지식과 생각이 들어 있으면 뭐 하노,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안 그렇나!?” “다른 나라와 협상을 벌일 때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불리한 협상을 맺게 된다. 그 대가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우리 국민 전체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며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알겠나?”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하면 항상 너희들은 궁핍한 생활을 면할 수가 없게 된다. 맞나 안 맞나!?” 이정도로 분위기를 잡아 놓고 주제에 맞추어 본격 토론에 돌입하면 아이들 눈이 밤하늘별처럼 초롱초롱해 진다.
하지만 토론수업이 쉽지만은 않다.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보니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생보다 중, 고등부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정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는 싶은데 스스로가 어색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머릿속에서는 분명 많은 생각이 오고가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주장을 펼치려고 하면 생각 따로 말 따로가 되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본인도 상당히 답답해하며 ‘내 말은 그게 아니고’를 외친다. 이러한 분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토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토론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간단하게 토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보겠다. 본원에서 토론하는 것처럼 주제를 정하고 찬반을 나누어 6단 논법을 통한 토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활 속에서 토론을 즐길 수 있다.
최소한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용돈을 줄 것이다. 이때 엄마가 아이를 보고 용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 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금방 "우리 엄마가 왜 이러시나? 오늘 또 복지회관에서 뭘 듣고 오셨나?”하며 엄마를 유치하게 평가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하지 않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부모님 말씀에 금방 호응을 잘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용돈을 달라고 할 때 이유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슬쩍 반론을 제기 하라. 예를 들면 “어머니, 용돈 주세요” 했을 때 “내가 왜 너한테 용돈을 줘야하니? 꼭 용돈을 줘야 하는 이유가 있니?”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왜 용돈을 줘야 하는지 나름대로 이유와 근거를 대며 엄마를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아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또는,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요구를 할 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도록 생활화 하라. 그러면 내 아이는 어디가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