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우선 시간적으로 일정한 시기를 지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오래된 것이라고 다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고전이 되려면 현재의 비평가들이나 향유자들에게 잊히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고전은 `현재적`인 것이며 우리 곁에 생생하게 현전하는 것으로 후세에 전범이 될 만한 것을 말한다.
`고전`이라는 말은 본래 사회 계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클래식`이라는 영어는 라틴어 `클라시쿠스`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 라틴어는 고대 사회에서 첫 번째 사회 계급, 그러니까 최상층 계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뒤 이 말은 `모범적`이거나 `최고 수준의` 작품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고전 문학이라고 하면 멀게는 옛 그리스 시대나 로마 시대, 가깝게는 근대 이전의 뛰어난 작품을 가리킨다. 동양에서도 고전을 규정하는 것은 이와 다르지 않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전 중 가장 독특한 문체를 쓴 `연암 박지원을 읽다`로 글쓰기에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세밀 묘사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한다.
연암 박지원이라고 하면 문체반정(文體反正;정조 임금 당시 유행하던 소설적 문체를 타락한 문풍이라 비판하고 이를 바로 잡는다는 명목아래《열하일기》를 타락한 문체로 지목해 엄중 문책한 일)과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법도로 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 연암이 사용한 말이며, 연암사상의 가장 큰 핵심이다)이란 말이 떠오를 것이다. 연암이 말한 `법고창신론`은 법고 하되 형편과 상황에 맞게 재창조를 하라는 말이다.
그 당시 연암이 글을 쓸 때 얼마나 창신에 신경을 썼는지는 그의 문체를 보면 안다. 그의 문체는 당시로 봤을 때 참신(斬新)하다 못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혁신적인 문체였다. 나라의 임금까지도 걱정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의 문체는 지금 읽어도 구시대적이거나 어색함이 전혀 없다. 열하일기 중에 라는 작품에서 코끼리를 어찌나 세밀히 묘사했는지 눈앞에 코끼리 한 마리가 긴 코를 꾸물거리며 서 있는 듯하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톡톡 튀는 표현법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코가 어금니보다 더 길어서 구부리고 펴는 것은 자벌레만 같고, 두르르 말고 굽히는 것은 굼벵이 같다. 그 끝은 누에 꽁무늬처럼 생겼는데, 마치 족집게처럼 물건을 끼워가지고는 말아서 입에 넣는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정민, 태학사-
연암은 이글을 통해 획일화된 가치 척도로 세계를 규정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거부의 뜻을 담아내고 있다. 지면 관계상 작품의 내용은 다 다룰 수가 없고, 다만 연암의 문체를 통해 글쓰기의 기본바탕이 되는 세부 묘사와 창의적 표현방법에 대해서만 간단히 알아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연암의 독서법을 통하여 우리가 어떻게 독서를 하는 것이 올바른 독서법인지 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