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던 30대 여교수의 가짜행각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그녀는 학위를 위조해 대학교수가 됐다. 미술계와 대학의 검증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는 등 그녀는 정말 진짜 같았다고 한다. 가짜가 판치는 것이 어디 대학과 문화계뿐이겠는가. 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명문 MIT 입학처장이 28년간이나 학력을 위조해온 것이 드러났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거짓 전쟁영웅 만들기를 주도한 사실이 하나 둘 폭로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과일 장수를 하면 어떻고 일용잡급직을 하면 또 어떤가. 남이 알아주면 어떻고 알아주는 이 없으면 또 어떤가. 사후에 유명해진 이가 더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인기에 급급한 그런 조잡함이 아니고 개인의 재능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력이 있을 때 일반인들의 경외와 선망의 눈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 성공은 아주 다행한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초월하여 죽음처럼 다가드는 가난 속에서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도 승리하여 위대한 작품을 낳게 하는 창조적 정신이 더욱 더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결과지상주의와 황금만능풍조, 그리고 자유에 편승한 방종과 과도한 권리의식이 팽배해지면서 가짜들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룰 수 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부당한 목적달성을 위한 기만과 선전의 일환으로,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가짜들은 우리 주변을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가짜 같은 진짜, 진짜 같은 가짜`라는 혼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보니 일반인들은 무관심과 허무·절망으로 치닫게 된다. 대선을 몇 달 남겨두지 않고 있는 요즘 많은 국민들이 마주한 상황과 감정이 바로 그것들이다. 고소·고발, 상대비난과 성토는 넘쳐나지만 진실과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가짜와 진짜가 다투고 화합하면서 판독불능과 논리의 모순을 고착시키고 있다. 그 결과 혼돈은 심화되고 정상적인 의사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물론 이것은 가짜들이 노리는 것이다. 누구나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와 안목을 갖추고 있다면 가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만큼 가짜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사회 각 분야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한편, 학연이나 지연·혈연이 아닌 능력에 따라 대접을 받는 풍토 조성이 시급히 요구된다. 거짓됨이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도 뒤따라야 한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라는 노랫말이 현실속에서 더이상 생명력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지역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문제들이 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개인적 이익을 은폐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지고 보면 어느 분야를 불문하고 줄서기가 팽배한 작금의 현실에서 보면 당연지사일지도 모른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전인수격의 생각들이 편협주의에 빠지게 만들고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심각한 논리적 오류에 빠지게도 만든다. 결과에만 너무 집착하면 허무해진다. 과정을 사랑하고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나 이제 웃으며 하늘로 돌아가리라 하면 되는 것이다. 너무 성급한 의식은 장사치가 되겠다는 표현의 또 다른 몸짓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평등의 이념`을 주축으로 하고 있고, 자유주의는 타인의 권익을 존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나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거시적 휴머니즘의 자각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한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을 소중히 여기며 "다른 사람이 잘 살아야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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