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각 지역별 마을 이름 유래(14) 정자(亭子)나무로 어떤 특정한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정자나무는 마을 어귀나 길가에 서 있는 큰 나무를 가리킨다. 대개 느티나무가 많은데, 그 이유는 느티나무가 빨리 자라고 가지가 넓게 퍼져 그늘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정자나무로는 소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버즘나무 등이 있다. 망정(望亭)에는 누구나 부러움을 느낄 정도로 아름드리 정자나무가 많았다. 이 정자나무들은 키가 크고 무성하여 멀리서도 잘 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 마을을 망정(望亭 -멀리서도 정자나무를 볼 수 있다는 뜻)·멍지이(望亭)라 부르게 되었다. 지금도 이 마을 회관 옆에는 수령이 200년이나 되는 느티나무 정자 한 그루가 남아 있어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자나무가 마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한여름의 정자나무는 짙은 녹음을 제공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의 자연스런 집합처가 되었다. 여기서 오고가는 대화는 공동체의 삶을 꾸려가는 지혜를 제공했고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목이 되어 우리들의 삶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때로는 개인, 때로는 공동체에 대해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하는 힘까지 부여되었으며, 이것이 구심점이 되어 공동체의 일체감이 더욱 배양되었다.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도 오래된 소나무 정자 한 그루가 있었다. 동네 어귀의 가장 알맞은 자리에 있는 것으로 봐서 필시 누군가 심어 키운 것으로 믿어진다. 고향을 갈 때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정 들었던 그 나무를 회상하면서 어릴 때의 추억을 더듬어본다. 동네 사람들은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틈만 나면 그 나무 아래 삼삼오오 모여 정담을 나누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무성한 잎사귀에는 늘 푸르름이 넘쳐 났으며, 사각사각 나뭇잎을 흔들며 다가오는 미풍은 땀에 찌든 사람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정자나무를 찾는 것은, 정자나무가 주는 이런 여유로움과 싱그러움 같은 베풂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나무뿐이겠는가? 베풂이 있는 사람 곁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물고기 역시 투명한 맑은 물보다는 수초 같은 것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은 거기에 먹이가 있고 안락하고 편안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정자나무를 가까이 하며 지내왔던 탓인지는 몰라도 잠재의식 속에는 늘 큰 나무가 되는 꿈을 꾸곤 했었다. 때문에 어렸을 적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때에도 항상 큰 나무 한 그루는 빼놓지 않고 그렸던 기억이 난다. 큰 나무가 되어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서 지치고 힘든 육신을 쉬어가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돌아보니 큰 나무가 되기는커녕 큰 나무를 찾아 쉬고 싶어 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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