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 나는 그를 말할 수 없다. 오염되지 않은 산, 맑은 물, 바위, 나무, 풀, 귀인, 괴짜….
아니다.
그가 사는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그 곳은 `여기서부터 38도선입니다`라는 표지판을 보고도 30분이나 더 차를 타고 가야하는 우리나라 북쪽 산골짝이다. 그의 곁에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이외수, 그의 순수함에 빠져 들게 된다.
우리 아들 혁이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만난 것은 참으로 오래 전 그가 춘천 교동에 있을 때의 일이다.
작가에 대하여 깊이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나는 항상 책을 읽었다. 그의 책속에 푹 빠져 더러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어설픈 비평가가 되기도 하며….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일까.
내 아들이 그 분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는 낮은 곳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는 그늘지거나 힘든 자를 만나면 자기의 가장 가까운 친구나 가족처럼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 가장 낮은 곳에 앉아 있어도 부끄럽지 않고 주고 받아서가 아니라 그냥 함께하는 참으로 좋은 그런 사람, 그의 곁에는 늘 사람의 향기가 있었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 내 아들이 일급장애인이란 현실이 그와 우리를 엮어준 끈이라 하면 될는지 모르겠다.
그는 뜻 없이 사람을 좋아한다.
때로는 아이같이 해맑은 웃음으로 독자들을 만나면 시간 관념이 없다.
한 작품을 쓰기 시작하면 가족도 그를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
오로지 감옥에 갇히듯, 한권의 소설이 완성되면 어금니가 4개씩 빠지더라고 웃으며 말하던 모습이 얼마나 천진하신지 모른다.
이번에도 이외수의 소통법,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책 한권을 끝내고 잠시 시간을 내서 지난 29일 왜관 아들 가게 등을 방문하셨다. 올해 장애인의 날이 열흘 정도 지났지만 내 아들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우리들의 마음에 스쳐간 그의 맑은 향기가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기도 하면서…. /박상휘 한국문협 홍보위원 jangk5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