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되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고 또 우려하는 바와 같이 한미 양국의 국회(의회)비준 절차가 남아 있다. 그래서 FTA타결에 대하여 회의론자의 시각으로는 아직도 ‘산 너머 산’이라는 관점에 있고, 정부 측 입장으로는 협정은 유효하며 재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른바 반대론자들의‘빌트 인(built-in : 협상 타결 후 다시 논의)에 대한 쇄기를 박는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보면 한미 FTA가 현실적으로 협정 자체는 타결되었지만 협정이 발효되기까지는 한미 양국의 비준절차라는 관문이 있고, 비준에서 국회동의를 얻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관점의 대세는 한미 양국 모두가 이미 FTA체제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도 한미 FTA타결에 대한 반응은 모두가 놀라고 두려움의 대상처럼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글로벌화한 국제 경제체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요 경제권과의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특히 농업분야가 FTA에 타결로 인해 가장 피해가 클 것임은 자명하다. 지난 5일 삼성경제연구소가‘한미 FTA협상 타결과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보고서 중 농업분야와 관련해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130조원이 넘는 예산이 농업에 투입됐음에도 효과는 미흡했다"면서 "농업이 더 효율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품목을 육성하고 축소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이러한 결정은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의 현실은 특종 작물의 경우 정부에서는 농민의 주장과 의지에 따라 직불제 보상 형태로 지원만 하였을 뿐 경쟁력 있는 농업이 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개발은 없었던 것이다. 농심은 정권을 좌우하는 표심과 직결되어 있어 실효성 있는 연구-개발과는 거리가 먼 입막음 형식의 보상에만 치중해 왔던 결과였음이 지적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가 협소하고, 농촌인구의 고령화 및 감소화 현상 등 빈약한 가용 자원의 제약이 산재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업분야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R&D) 부분에 대한 집중 투자와 실제적인 지원 대책이 수립되고,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의 경우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체결 당시 농민은 다 죽는다고 ‘결사반대’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앞으로가 더욱 문제일 것이다. 머지않아 한-중 FTA가 있을 것이며, 그러한 파고가 닥쳐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어렵지만 강한 농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하며 세계시장을 누비면서 개척하고 있는 경북 안동의 산양삼(장뇌삼) 재배 농민 이재호 씨의 경우를 보면 FTA가 결코 어렵다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위기란 또 하나의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달 미국에서 있었던 박람회에서 자신의 농산품(산양삼)을 7천만원 가까이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지라도 특유의 근면과 창의력을 밑천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원리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다.
FTA를 대비하는 정부의 농업에 대한 정책과 투자가 몇 조원이고, 어떤 분야에 대한 투자는 몇 천억원이라는 등 계량적 숫자놀음과 탁상행정에서 나오는 이론적 계획으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순락 본지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