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가 대한민국 나라꽃(국화·國花)으로 적합하지 못해 한반도 전역에 고루 피는 진달래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입법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교수는 최근 출판한 『일본 무궁화 가라 한국 진달래 오라』에서 "무궁화는 일본 신의 꽃이다. 무궁화는 꽃나무로 위장한 일본의 전범기다. 일본인은 일장기와 욱일기를 흔드는 대신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노래하고 받들고 사랑하며 항상 심신에 새기며 한편으로 타국으로 은밀한 확산을 꿈꾼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진달래는 우리 역사의 정사나 야사에서 자주 출현하고 우리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진달래 화전, 진달래 술 두견주, 진달래를 읊은 수많은 문학 작품 등이 있어 무궁화를 대체할 새 나라꽃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무궁화가 국화로 적합하지 못하다는 의견은 구한말에도 있었다. 나라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던 그 당시에도 황성신문은 무궁화는 국화로서 마땅치 않으니 복숭아꽃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민재 식물학자는 조선일보(1956년 2월 8일자)에서 무궁화는 국화로서 적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궁화가 국화로 지정된 일도 없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일이 없는 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완주 국회의원은 2020년 6월 무궁화를 공식 국화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제정안은 매년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정하고, 국화 또는 국화문양을 물품 등에 활용할 때 훼손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박 의원은 "태극기는 대한민국국기법에 의해 제작·게양·관리 사항이 규정돼 있다"며 "나라꽃인 무궁화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어 근거를 마련해 국민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5조 등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무궁화를 체계적으로 보급·관리하기 위해 무궁화 진흥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하며, 무궁화 보급·관리에 관한 기본 목표 및 추진 방향, 보급 및 관리 현황, 품종에 관한 연구와 개발은 물론 관련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해 국민이 무궁화에 대한 사랑 의식을 갖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 무궁화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무궁화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국민이 정한 나라꽃이다. 17세기를 전후해 여러 나라에서 나라꽃이 정해졌는데 영국의 장미, 프랑스의 백합, 독일의 수레국화처럼 왕실이나 귀족이 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궁화는 끊임없는 외침에도 나라를 지킨 호국의 상징으로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민족의 표상으로 내세웠고, 이런 연유로 박해받은 세계 유일의 꽃이다. 무궁화는 개량종 등 종류에 따라 빠르면 6월 24일부터 10월 중순까지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무궁화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시간은 24시간(하루)이다. 새벽에 꽃이 피고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기 시작해 해가 지면 꽃도 진다. 무궁화는 이렇게 매일 20∼30송이씩, 약 100일간 2000∼3000송이 새로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무궁화(無窮花)는 끝이 없고 다함이 없는 `무궁무진(無窮無盡)의 꽃`이다. 날마다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그 뒤를 이어 피어난다. 이처럼 꽃과 꽃이 끝없이 이어 피는 꽃이란 뜻에서 `무궁(無窮)화`다. 피고 지고를 계속하는 영원성을 담은 `꽃중의 꽃` 무궁화를 `호국의고장`, `호국평화의도시` 칠곡군 등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칠곡군은 6·25전쟁 때 우리나라와 자유-평화를 지킨 상징물인 낙동강 `호국의다리` 인근의 무궁화 나무를 마구 베어낸 `역사적인 죄`를 지었다. 지난 2000년 6월 제1회 낙동강세계평화제전이 열리기 전 행사장 환경정리를 한다고 무궁화를 비롯한 나무 수그루를 베어내 당시 "무고한 나무를 제거하는 것이 평화제전인가"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주민들은 "낙동강 제방에서 산책을 할 때면 호국의 다리 바로 옆에 피어있는 무궁화를 바라보면서 호국의 의미를 되새겼는데 지금은 이곳에서 무궁화를 볼 수 없어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호국평화의 의미를 담는 대한민국 대표 `호국평화 무궁화축제`가 낙동강세계평화축전과 함께 열리는 날을 기다려 본다. 무궁화가 피기 시작하는 시기가 6·25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과 비슷하고, 하루하루 꽃이 계속 피고 지며 생명을 이어가는 무궁화를 보면 치열했던 낙동강·다부동전투에서 산화(散花)한 호국영령이 떠오른다. 칠곡군이 매년 개최하는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기간 동안 삶과 죽음이 함께 흐른 낙동강 전선을 따라 무궁화가 피고 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성원 대표기자 newsir@naver.com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