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출신으로 2010년 6월부터 국회 사무총장을 맡아 일하시면서 제15·16·17대 국회의원 시절이 어떻게 다가왔습니까? 권=3선 국회의원과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국민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펼치고 서민과 농민을 대변해 정책에 참여할 수 있어 자긍심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18대 총선에 낙천하여 2년간 국민과 함께 외부에서 바라본 국회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국민은 국회의 여야간 정쟁과 몸싸움 등으로 더 이상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25대 국회사무총장으로 일하며 18대 후반기 국회 행정을 책임지면서도 지난해 예산처리와 한미FTA로 홍역을 치루는 모습을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여야간 이해관계만을 위한 분열과 갈등, 충돌과 폭력 국회는 공멸의 길입니다. 이제 국민 모두가 바라는 대화와 화합, 토론과 다수결의 원칙을 준수하며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선진 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지난 27일 모교인 안동초교에서 정치인생 20년을 담은 자서전 `꺼벙이의 꿈`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의 유세지원단장이었던 총장님은 이 책에서 "이 시점에는 CEO 대통령이 맞겠다고 판단하고 처음부터 이명박을 택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진짜 다르구나란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권=당시 우리나라가 선진화의 동력을 잃지 않고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 관료국가에서 기업국가로 변모해 국가경영의 효율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생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의 차이는 철학의 차이라 생각합니다. 기업은 이익창출이 우선이기 때문에 적자가 생기는 조직은 없애거나 팔아버리면 그만이지만 국가는 미우나 고우나 잘하나 못하나 함께 가야하는 공동운명체입니다. 앞으로 국가경영은 철학과 시대정신이 있는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극화가 심화된 지금 당분간 CEO대통령은 한 번의 경험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솔직한 고백입니다. -자서전 `꺼벙이의 꿈`에서 "3선도 했고 행정의 영역인 국회사무총장도 해보고 나니 의욕이 더 강해졌다"는 등의 내용을 봐서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출마 동기는 무엇입니까? 권=부모가 자식을 키우면 자식이 자라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도의원으로 시작해 3선 국회의원의 경력과 국회사무총장으로 쌓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정치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 생각합니다. 정치 신인시절 ‘흙 묻은 손, 기름 묻은 손, 행주 잡던 손으로 내밀어 준 믿음’에 보답하고 ‘도둑질하지 말고 정치 똑바로 하라’는 국민의 마음을 다시 새기며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최우선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수도권(중앙) 집중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고, 지방은 모든 면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민선 지방자치제와 풀뿌리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단순히 국회 사무처와 대기업, 공기업에 지방대 출신 몇 명 더 채용한다고 지방퇴보-소외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 총장님의 견해와 묘책이 있으시면…. 권=현재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져 웬만한 조치로는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은 끊임없이 불균형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답습할 뿐입니다. 이제는 지방우대발전정책을 통해서만 지역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헌법개정시 지방우대발전정책을 명시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습니다. 2003년 대정부 질문에서는 프랑스 헌법의 사례를 들며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헌법개정의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에 대한 내용보다는 지방우대발전,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환경권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국회의장 제1접견실에서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이바지한 공로로 청조근정훈장을 받았습니다. 청조근정훈장은 어떤 훈장이며, 국회 본회의에서 95%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동의를 받고 제25대 국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후 가장 보람된 일과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권=근정훈장은 공무원이 직무범위 안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했을 때 수여되는 것으로 그중 청조는 장관급 공무원에게 수여되는 훈장입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국회 전 조직을 대표해 수상했다고 생각합니다. 제25대 국회사무총장으로 임명되면서 국회본회의에서 94.4%의 헌정사상 최고 동의율을 받았습니다. 무거운 소명의식을 가지고 박희태 국회의장님을 비롯해 여러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한 국회가 국민의 진정한 대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난 1년 반 동안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제18대 국회 후반기는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인 바람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그 변화를 위해, ‘열린 국회, 현장 국회, 소통국회’를 모토로 내걸고 직무에 임했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고 기억에 남는 일은 아무래도 서울G20국회의장회의였습니다. 전 세계 의회 지도자가 대한민국국회에 모여 소통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았으며 서울공동선언문을 이끌어내 역사적인 성과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본회의 중심에서 상임위 중심의 의회를 주장했고,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무용론도 내세우신 바 있는데…. 권=국회의 입법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국민에게 실효성 있는 법안 대부분이 상임위에서 다루어지지만 우리 의회는 아직도 본회의 중심입니다. 심지어 어떤 법안은 정당의 이해관계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되고 4년이 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저는 법안자동상정제를 대안으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6개월이든 1년이든 법안이 제출된 시점부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일단 상정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감사는 너무 부실하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많고 저도 일정부분은 동의합니다. 현행 국정감사의 문제점은 감사기간과 사후조치에 있습니다. 올해 국감은 20일간 563개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국감에 임하지만 기간에 비해 해당기관이 과다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정기회 기간에 이뤄지다 보니 예산안, 민생법안처리 등과 맞물려 실효성이 낮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올 초부터 박희태 국회의장께서 국감에 대한 개선방안 법제화를 여야에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임시회 기간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을 조정해 국감을 진행하여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 강력한 법적 사후조치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회 대정부질문 무용론의 핵심은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과 ‘의석에 의원이 없다’부터 ‘답변이 구체성이 없다’등입니다. 그런데 선진국 의회의 대정부질문은 내부의 규칙에 따라 중계를 하지 않고 또 그것을 문제 삼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대부분 중요사안을 의원실에서 시청하며 표결이 필요한 경우 참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제 대정부질문 시스템을 선진국 의회처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개선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빈자리 때문에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면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외국처럼 아예 비추지 않거나, 아니면 출석의무조항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질의시간도 바꿔야 합니다. 현재 질의시간은 의원 1인당 15분씩 기계적으로 하루에 약 12∼15명씩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를 각 정당에 시간총량제로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별로 의석수에 비례해 시간을 주면 그 범위 안에서 의원 한 명이 나와서 질의를 하든, 10명이 나와서 질의하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대정부질문이 가능하고 답변도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대정부질문의 형식은 조금 바꿀 필요가 있지만 대정부질문 자체는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입니다. -정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구조에 대해 반대의견도 많고, 정당 공천제도 폐지나 개혁에 대한 주장도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안철수·박원순 돌풍은 결국 한국적 정당의 실패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치학에서 `정당 실패`란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커지고, 시민사회단체·이익집단의 정치 참여와 개입 등 대안적 조직이 나타나 주목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3선 의원, 국회 사무총장 등을 맡으면서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시며, 정치란 쉽게 어떻게 정의할 수 있습니까? 권=민주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 정당은 의회를 볼모로 정치를 해왔습니다. 당청간, 정당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회와 의원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결과로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소통의 창구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니 국민들이 정치 혐오감을 보이는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대다수가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정당 민주화라든가 공천의 투명성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으니 의정활동에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자기소신이나 국민여론보다는 당의 방침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책 활동보다는 정당의 주요직책을 맡는 것이 대중에 알려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회 활동보다는 정당 활동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네 정치풍토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국회의원과 국회가 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공천제도 개혁, 대표성 확보 등 제도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런 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근의 모습들처럼 기성정당의 공멸이 초래될 것입니다. 특별히 소속정당인 한나라당에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정당명과 사람을 바꾸는 차원의 쇄신이 아닌 당의 내용을 바꾸는 혁신을 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밖에 꼭 하실 말씀은? 권=퇴임을 앞두고 `꺼벙이의 꿈`이라는 저서를 소개하는 출판기념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우리 국민들 특히 20대, 30∼40대 후배들에게 너무나 송구스럽다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해서도 아무리 허리띠 졸라매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후배들, 평생을 나라와 가정에 헌신하고도 그런 자식들을 바라보며 걱정해야하는 부모 세대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반세기만에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한 대한민국, 우리 국민은 이제 사회전반에 대해 “공정한가?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이 이러한 국민의 물음에 화답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위정자들의 도덕성에 대해 다시금 치열한 성찰을 해야 할 것입니다. 54년 인생, 20년 정치여정을 담은 저서 `꺼벙이의 꿈`에서 제가 밝힌 꿈은 `따뜻한 서민, 행복한 국민, 편안한 나라!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꺼벙이 혼자는 이룰 수 없는 꿈입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시작하려합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경북연합=이성원 기자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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