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 나는 밤 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위 시는 심훈이 쓴 `그날이 오면`입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심훈의 소설 를 기억할 것입니다. 1935년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창간15주년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9월 10일부터 1936년 2월 15일까지 연재되었지요. 이광수의〈흙〉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농촌계몽과 민족주의를 고취시켰다는 점에서 한국 농촌소설의 쌍벽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다만, 이광수는 훗날 친일문학가로 남고 심훈은 독립운동가로 길이 추앙을 받게 되는 점이 다릅니다.
는 경기도 안산 샘골에서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에 처녀의 몸으로 농촌계몽운동과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힘쓰다가 26살에 요절한 실존인물 최용신(崔容信) 선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심훈은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에 `붓으로 밭을 일군다`라는 뜻의 `필경사(筆耕舍)`란 집필실을 손수 설계하여 짓고 이곳에서 `상록수`를 완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완성하고 난 이듬해 당시 유행하던 장티프스에 걸려 그만 안타깝게도 36살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지요. 당진 부곡리 필경사에는 그의 무덤과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유작품 따위가 전시되어있습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