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연 관심도 낮아 향유자 저변 확대 필요 고향은 예술가들의 미적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고, 그들을 키우고 품는다. 그리고 도시는 성장하면서 그들의 유산을 자양분으로 살아간다. 새들의 생태는 생명의 흐름을 잘 드러낸다. 텃새는 텃새대로, 철새는 철새대로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맞게 삶을 꾸리는 지혜를 터득하고 그 순리에 맞게 흐르며 산다. 예술도 흐른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시대정신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감상과 새로운 예술이 흐른다. 예술가들에게 사회는 서식처이다. 메마른 하천에서 새와 물고기를 만날 수 없듯이 궁핍한 사회에서 예술가를 만날 수 없다. 자연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서식처를 찾아 움직이듯이 예술생태계의 예술가들 또한 서식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 추석에 칠곡군 출신의 많은 예술가 역시 고향을 찾아왔을 것이다. 타향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든 예술가든 지역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관심은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 못지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삶의 안식처이며 근원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작품과 작품 특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어린 시절 문화적 환경과의 만남이 작품세계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음을 회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95년에 독일에서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에서 고국과 고향을 소재로 한 작곡 어법과 작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니체는 “예술은 삶을 위한 강장제와 같다”라고 하였다. 대중은 현실의 어려움을 예술로 정화(Catharsis)하고, 삶의 활기를 예술에서 찾았고, 그들은 기꺼이 이에 합당한 비용을 지급한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이 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칠곡군의 문화예술 정책은 다른 도시의 문화정책을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지나칠까. 문화예술은 경제적 원리와 이벤트성 문화 정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며, 정체성 확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선 5기가 출범했다. 주민이 행복한 칠곡군을 위해 새로운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확립할 시기이며 문화예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우선, 정체성 확립을 위해 지역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민의 관람문화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옛말이 되었지만, 지역에서 공연했던 연주자와 연주단체는 지역민들이 다른 도시에 비해 공연에 미온적으로 반응하여 힘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지역의 정서를 잘 알지 못한 발언이다. 호응도가 낮은 것은 지역민의 문화 수준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음악회를 통해 받은 감동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중용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 지역 정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예술 향유자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경상북도에서 후원한 문화예술의 대중화와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사업’과 같은 정책은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위한 초석이 되는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여전히 군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적 충족과 정체성 확립에 밑거름이 되는 문화예술의 인프라 구축과 군민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정책의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한 지역의 문화예술은 정치적, 경제적 논리와 무관하지만 역사적으로 위정자(爲政者)의 철학이 한 국가 혹은 도시의 문화예술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기에 장세호군수의 민선 5기 문화예술 정책에 주목하게 한다. 아울러 민선 5기의 문화예술 정책이 미래의 칠곡군 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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