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으로 다시 쓰는 지역의 역사·문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난 7월31일 등재되자 마을은 잔치분위기였으나 이들 마을과 함께 영남의 3대마을인 왜관 매원마을은 6·25전쟁 때 고택 300여채가 폭파되거나 소실됐다는 주장이 제기, 전쟁의 상흔과 함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왜관읍 매원리에 사는 이동진 낙동문학회장은 "화회-양동마을은 국가적인 문화재로 지정, 당국 등에서 보존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지만 매원마을은 조선시대에는 시장과 역이 있었던 곳으로 6·25전쟁 전까지 400여 호가 거주한 영남의 반촌(班村)이었지만 6·25전쟁 때 폭격으로 한옥만 300여 채가 소실, 현재 한옥은 60여 채에 불과해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전쟁만 없었다면 매원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충분히 등록될 수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회장은 "당국의 무관심과 관리부실로 한 집, 두 집 사라져가고 방치돼 있는 매원마을에 살면서 이를 볼 때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조선시대의 마을 구조와 골목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택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집들은 하루 빨리 문화재로 지정, 보호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이동진 회장의 기고문이다.
우리 모두의 염원은 평화와 통일이라고 생각 한다. 강물은 핏빛으로 물들고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오열하던 60년 전 그날의 참상을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그 때를 상기하는 낙동강 평화공원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피난 물결은 강물처럼 남으로 남으로 낙동강을 건너 왜관으로 몰려들 쯤 인민군 지휘부인 선발대는 이미 낙동강을 건너 왜관읍 매원마을 박곡종택에 인민군 지휘본부가 설치됐다. 1950년 8월3일 북한군의 도하 방지를 위해 낙동강 구왜관철교(호국의 다리) 경간 한 곳을 폭파, 북한군 주력 부대를 차단했었다.
매원마을은 신라시대 지명은 `장원방(莊元坊)`이었으며 이후 광주이씨가 입촌하면서 약 500년을 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1905년에 정확한 기록에 의하면 400여 세대가 살았으며, 1950년 8월 낙동강 전투에서 한옥이 300여채가 소실됐다고 한다. 영남의 3대마을 중의 하나인 매원마을은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얼마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전쟁의 피화(被禍)만 아니었더라면 매원리는 당연히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마을이다.
매원을 중심으로 지리적 지형을 보면 유학산에서 소학산, 장자봉, 도락산을 거처 용두봉에 이르러면 매원마을이 형성돼있다. 장원봉은 좌청룡이요, 자고산은 우백호이다. 앞은 동정천이 흐르고 푸른 들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이다. 이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중의 명당이다.
장원봉 줄기는 신나무골에서 올라오면 `사기점(사기를 구었다고 해서)`이란 지명이, 봉계리에는 공소가 있었으며, 고 김수한 추기경 부친께서 옹기를 구운 자리가 왜관읍 봉계리 세븐벨리골프장에 표석으로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매원마을을 중심으로 우측은 전쟁평화벨트요, 좌측은 성지의 순례길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왜관의 모든 것은 매원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이제는 현실화돼야 할 것이다. 낙동강 건너 관호리에 주둔한 인민군 105기갑사단이 발포를 하면 매원마을에 포가 떨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왜관읍 봉계리 파미힐스골프장(신금골짝) 사총(총을 서로 걸어놓은 상태)을 해놓고 쉬는 도중에 공격을 받아 중대병력이 전멸했으며, 민간인도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총살을 당해 화를 입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원리(梅院里) 중매(中梅;매원리 중간) 박곡종택에 인민군 지휘본부가 자리잡고 있어 박곡종택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는 아군 항공폭격으로 매원마을이 100% 전소(파괴)됐다고 한다. 왜관읍 매원리 390번지 박곡종택에는 1988년 전통한옥을 새로 지어 60대 박곡종가 종부(宗婦) 혼자서 살고 있다.
1단계 사업으로 낙동강평화공원을 원만히 조성하길 바라며, 2단계사업으로 유학산과 다부동을 연결하는 평화벨트사업을 할 때에는 아군 항공기에 의해 전쟁의 피해를 입은 매원마을을 문화적인 복원사업은 물론 영남의 3대 전통마을 관광지로 개발, 국가와 정부차원에서 책임지고 복원해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동진(왜관읍 매원리)·낙동문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