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장마가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깝게 들리고 있다. 피해 복구에 전 국민이 동참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은 1학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미흡했던 부분의 보충을 위해 고민과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적절한 시기다.
방학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더위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수업을 일정기간 쉬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놓을 방(放), 배울 학(學)의 한자를 풀이하면 학생들이 배움에서 놓여나는 학사 일정으로 여름방학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겪어야 할 올 여름방학의 일정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가정이나 학교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그들을 얼마만큼 배움으로부터 놓여나게 하는지 의문이다. 과외가 그들을 잡고 있어 방학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여름방학이면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곤충채집이나, 식물채집을 하러 다니고, 친구들과 들과 산을 놀이터 삼아 유희를 즐겼던 우리들 어린 시절 추억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식의 배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필요성이 있다. 불가(佛家)의 용어로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무소유가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며, 놓음으로써 전부를 얻는다는 것이다. 서거정의 허곡기(虛谷記)를 보면 하늘과 땅이 비어 있지 않으면 온갖 형체를 간직할 수 없고, 강과 바다가 빈틈이 없으면 온갖 냇물을 받아들일 수 없고, 숲이 비어 있지 않으면 사물들을 숨길 수 없다고 했다. 구멍이 비어 있어 바람이 불면 소리가 들리는 것이고, 틈이 비어 있어 해와 달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름방학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큰 그릇이 되기 위해 빈틈과 빈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에게 가득 채워진 것을 마음껏 놓아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기대를 잠시 놓음으로써 그들 인생의 전부를 얻는 소중한 기회를 올 여름방학에 체험하길 기대한다.
방학을 마칠 무렵이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오고 있을 것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을 맞이할 채비를 하기 위해 심신이 건강한 여름 방학을 우리 학생들이 더욱 알차게 보냈으면 한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