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신을 매개의 상징으로 삼은 검은 까마귀 삼족오(三足烏)를 나라의 건국 신화로 삼아 광활한 영토를 호령한 패기 넘치던 고구려와 황해바다에 접한 당나라의 선진문화를 일찌기 받아들여 국가의 초석을 굳건히 다졌던 백제와는 달리 초기 신라는 변방에 위치한 부족국가 형태를 면하지 못한 삼국 중에도 가장 약소한 나라였다. 그러나,가장 나약했던 신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승화시켰다. 이차돈과 같은 위대한 순교를 계기로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를 통하여 대중불교의 실천으로 불국토(佛國土)를 완성하고, 화랑정신을 국가 통치이념으로 삼아 삼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태평성대를 이룩하고 구가하면서 신라 천년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 피워 석굴암과 불국사 같은 세계적 문화유산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나라의 앞문과 옆문을 같이한 대국 당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대치하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하다보니 다소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삼남(三南)의 뒷문을 왜구가 자주 출몰하여 약탈, 겁탈, 방화를 일삼아 나라를 어지럽혔다. 어렵게 삼국을 통일하고 늘 한가위만 같은 태평한 나라가 되기를 염원하였건만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백성들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진 것을 걱정한 나머지 문무대왕은 아들인 신문왕에게 자신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죽어서 동해바다의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였을 것이다. 살아 생전에는 삼국 통일의 대업을 완성하였고, 죽어서는 용이 되어 백성의 안위를 걱정 하겠다고 하니 이보다 더 위대한 나라사랑과 백성사랑의 고귀한 충(忠)의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또한 아들인 신문왕은 아버님의 유언을 거역하고 명산대찰을 가까이 한 불국토의 명당에 대왕의 시신을 모시고 싶은 심정이야 오죽했을까마는 부자지간 구국을 위한 숭고한 약속이었기에 남쪽바다 대왕암(大王岩)을 발견하고 임금인 아버지를 바다에 수장(水葬)하였으니 수장도 명당이 있다는 풍수지리 학계의 명언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다. 아들 신문왕은 아버지가 묻히신 대왕암과 가까운 양지바른 산자락 끝에 문무대왕의 거룩한 마음에 감사하는 감은사(感恩寺)를 짓고 바닷물이 감은사 밑으로 잘 들어오도록 수로를 만들어 법당 밑에 용궁을 마련했다. 이는 아버지 문무대왕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시다가 피곤하면 감은사 밑에 있는 용궁으로 들어오셔서 쉬시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러한 신문왕의 갸륵함은 아들된 자로서 효(孝)의 극치이며 거룩함의 표본이라 하겠다. 또한 감은사 법당 바닥은 용궁이 보이게끔 돌(石)석가래를 걸쳐놓아 내려다보는 부처님의 혜안(慧眼)과 올려다보는 대왕용(大王龍)의 용안(龍顔)이 마주하여 영원토록 위로받고 격려 받도록 한 아들 신문대왕의 지혜로움과 효심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숙연한 마음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오천년 단군조선 창업이래 가장 성군(聖君)으로 일컬어지는 세종대왕,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위대한 영웅 이충무공(忠武公)같은 분이 탄생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문무대왕과 신문대왕의 충·효 사상이 천 년 동안 맥을 이루며 이어져 왔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이는 또한 필연적인 인과응보라 할 수 있겠다. 대왕암에 얽힌 충·효라는 역사의 전통과 향기는 삼국유사라는 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전수되어 왔으며 그 근원을 밝히는 대왕암의 발견은 근대 역사학계의 최대의 발견이라 않을 수 없다. 농협도 사회적 공익기관으로 이익의 환원을 충(忠), 효(孝)가 살아 숨쉬는 지금은 폐허가 되어 두 탑만 외로이 지키고 있는 감은사(感恩寺) 복원계획이 있다 하여 거기에 헌납하기로 결정하고 경주시청 문화제 당국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감은사 사찰은 복원할 계획이 없다고 하여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었다. 부득이 차선책으로 토함산에서 대왕암이 있는 동해바다를 향해 천 년을 말없이 지키면서 정좌하고 계시는 석굴암 부처님께 보시를 하니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요즘 현대인은 성적위주의 지식교육에만 매달리고 정작 중요한 인성교육은 등한시 하고 있는 아쉬움이며 지식에 의한 지성과 인성에 의한 인품 함양은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인생이란 험난한 세파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이고 교훈이라고 본다. 하루 빨리 불교계나 정부 차원에서 감은사를 복원하고 대왕암과 함께 세계적 문화유산인 석굴암을 삼각 축으로 하여 청소년에게 문화유적 역사 탐방코스를 개발하여 나라사랑, 부모사랑을 익히고 쌓는 수련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바쁜 일상 가운데 잠시 여가를 내어서라도 충·효 사상을 기리기 위하여 가족 나들이로도 좋은 바닷가 해변가의 관광코스와 함께 먹거리 관광도 곁들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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