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가운데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새로운 정신과 몸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자세 속에서도 수없이 듣고 하는 말이다. 젊은 사람이 어른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직장동료나 상사에게 복 많이 받으라고 한다. 이웃 사람을 만나도 복 많이 받으라고 한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는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필수적인 인사였던 셈이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복을 비는 미풍양속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왔다. 불교에서는 삼재팔고(三災八苦)로 불리는 현재의 액이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복을 사용하며, 유교는 오복(五福)인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일컫는다고 한다. 민간신앙에서는 현세기복(祈福)의 의미가 강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이웃의 평안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림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사용하는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하며 조선시대에는 해마다 정초가 되면 관례적으로 이러한 세화를 그렸다. 주로 도화서에 속해 있는 화가들이 맡아서 제작하였으며 주된 수요자는 왕공사대부들로 그림의 내용은 도교적 인물과 길상적 의미를 지닌 동식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궁중과 사대부들이 주로 향유하였던 이러한 세화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민층에까지 확산되었으며 해마다 정초가 되면 세화로써 그들의 주거공간을 장식하였다. 그중에 자주 그려졌던 그림이 닭과 호랑이 그림이었다. 특히 호랑이 그림은 나쁜 귀신을 쫓아내는 벽사의 의미와 즐거움과 상서로움이 새해부터 늘 함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그려진 길상의 의미 두 가지로 사용되었다. 벽사의 의미로 그려진 호랑이 그림은 항상 대나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길상의 의미로 그려진 호랑이는 소나무와 까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나무를 배경으로 하는 연유는 중국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옛날 귀신을 아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대나무를 태우면 대나무가 터지는 소리에 귀신이 도망갈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서 시작된 것으로 새해 폭죽놀이의 기원과 같다. 길상의 의미인 소나무와 까치 배경은 기쁜 소식을 알리는 까치와 신년을 의미하는 소나무를 그린 것이다. 이때의 호랑이는 같은 발음인 고할보(報)를 의미함으로써 새해를 맞이하여 기쁜 소식을 기원하는 신년보희(新年報喜)를 나타내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복을 원하고 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복 받을 만한 일을 하거나 복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은 듯하다.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도대체 그 복이 무엇이며 어디서 누구에게 받으라는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어느새 남에게 복을 빌어주기보다는 자기에게 복이 굴러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 ‘견상이불위희즉복불래(見祥而不爲喜則福不來)’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길조(吉兆)를 나타내도 사람이 보고서 착한 일을 행하지 않으면 복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새해 첫 글에 소망을 실어본다. 올 한해, 돌봄의 문화가 일어나는 원년이 되고, 서로가 살기 위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들불처럼 번져서 온 나라와 온 세상이 환하고 따뜻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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