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 하면서 이제는 문화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이라고들 한다. 지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이야기도 낯설지가 않고, 전통문화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는 조선 세종 때 세워진 ‘이성만 형제의 효제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그 형제의 우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최근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의좋은 형제’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었고, 한 식품회사의 광고에도 등장하였다. 예산군에서는 의좋은 형제 공원을 조성하였고 옛 이야기 축제의 주요 아이템으로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을 명소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듯하다. 이러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가 독일 라인강 기슭에 솟아 있는 로렐라이 언덕이다. 로렐라이 언덕은 반세기에 가까운 동안에 여러 거장들의 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이 보태지면서 명소가 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로렐라이는 132m 높이의 절벽 이름으로 남자에게 버림받은 아가씨가 몸을 던져 물의 정령이 되어 아름다운 노래로 어부들을 유혹하여 파멸로 이끈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이다. 전설조차 별다를 바가 없고, 그나마 문학가들에 의하여 윤색되었다고 한다. 칠곡군에는 이러한 자원들이 없는 것일까? 예술가는 창조적 전문가임에도 한국사회에서 밥 먹고 사는 일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우리 주변, 이를테면 가정집의 인테리어, 패션, 컴퓨터 프로그램,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외형과 기능을 보자. 모두 아름다움을 앞다투어 표현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정교함과 결합되어 최고의 기능들로 디자인되어 출시된다. 곧 예술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창조적 계급에 속하는 예술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칠곡군이 문화예술을 꽃피우려면 예술가들에 대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정책과 예술지원책을 펴야 한다. 그러려면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예술의 자율성이 사회 내부로 침투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아야 할 것이다. 도시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 환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의 흐름 속에 녹아 있는 지역 고유의 삶의 빛깔을 담아내는 작업이어야 한다. 도시의 정체성을 현재의 가치와 시점에서 찾으려 할 때 그 콘텐츠는 경박해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새로운 발상이 상호 맥락을 가지고 이어지는 가운데 도시는 두툼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도시 고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다. 국내외에서 도시정체성을 표출한 도시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들은 이전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담는 그 도시만의 장소성을 만드는 방법으로 도시브랜드가치의 제고에 성공하여 기억에 오래 남는 도시들이 있다. 칠곡군의 도시공간에 깃든 역사, 문화적 맥락을 신중히 해석한 도시디자인 차원의 종합적 고려 등 도시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칠곡군의 소멸되고 망각되었던 역사 속의 장소와 사건들이 우리 도시의 이야기로 반영되었을 때 칠곡군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디자인으로 잘 정비된 시각요소보다 그 도시의 역사적 장소가 표출하는 깊이와 비장함으로 인해 잊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의 이미지는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문화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도시의 골격과 관계하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를 유별나게 중시하면서도 잠재력을 가진 자원을 발굴하여 집대성하고, 그 소재를 가공하는 창작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옛것과 새것 간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도시, 그래서 항상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도시, 칠곡군의 이미지는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우태주 리포터 woopo2001@hanmail.net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