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에게 드릴 게 있네/오늘 밤 문득 드릴 게 있네/그댈 위해서라면 나는 못할 게 없네/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1974년 개봉 당시 역대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주연 신성일 안인숙) 주제곡 이장희 히트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가사 일부다. 영원히 빛나는 별을 따주겠다는 연인의 이같은 사랑 고백은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2021년 1월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한 신세대 가수 경서의 `밤하늘의 별을`에서도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까"라는 가사가 나온다.
6·1지방선거가 3·9대선에 가려진 선거의 계절이다. 그러나 메니페스토 공약(公約)이 사라졌다. 대신 저 하늘의 별이 등장한 것 같다. 2등은 별 의미가 없는 치열한 싸움에서 무조건 당선되기 위해서는 `별까지 따 주겠다`는 공약(空約)마저 등장할 느낌이다. 현명한 유권들은 후보자들의 이같은 허무맹랑한 공약을 냉철히 판별해 내야 한다. 현실성 있는 공약(公約)인지, 허울에 불과한 공약(空約)인지 말이다.
특히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자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지적 대로 겉으로는 주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자기 잇속을 챙기는 나쁜 지도자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선거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1997년 12월 치른 제15대 대선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40.3%를 득표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획득한 38.7%보다 불과 1.6%를 더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16대 대통령(2002년 12월 선거)에 당선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48.9%)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46.6%)의 득표율 차이는 2.3%다. 2012년 12월 실시한 제18대 대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1.6%)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48.0%)와 3.6% 득표율 차이를 보였다.
오는 3월 9일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후보의 상대 공약 모방하기도 도를 넘고 있다. 후보 이름을 가리면 누구 공약인지도 모를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데다 이번에도 역대 대선처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표에 도움 되는 서로의 공약을 `좌클릭` `우클릭` 무분별하게 채택하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그 결과 후보자의 능력과 정책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난하는 `네거티브(negative)` 경쟁만 부각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매니페스토(manifesto)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매니페스토는 예산 확보 근거와 추진일정, 구체적인 실행 방법 등을 제시하는 선거 공약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대선 운동의 양상은 물론 후보 4자 TV 토론회도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매니페스토가 실종된 이번 대선에서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을 구성한 것이 고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률은 집권 4년차 기준 17.47%에 그쳤다.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1995년도까지 대통령의 공약을 관리하는 국무총리령이 있었는데 이후 없어졌다"며 "지자체와 다르게 대통령의 공약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지방선거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