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 사람은 친일문인의 오명을 쓴 노천명이다. 이 여류시인은 자신의 시 `푸른 5월`에서 "라일락 숲에/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라고 적었다.
노천명 시인이 계절의 여왕 5월, 무색하고 외로움을 느낀 것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5월이면 `풍요 속의 빈곤`을 절감하리라.
우선 5월은 법정공휴일과 국가기념일,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근로자의날(1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유권자의날/바다식목일(10일), 입양의날(11일), 부처님오신날(12일), 스승의날(15일), 5·18 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발명의날(19일), 성년의날/세계인의날(20일), 부부의날(21일), 방재의날(25일), 바다의날(31일) 등 무려 15가지가 있다. 물론 기념식과 이에 따른 행사로 국가적으로 바쁜 달이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어버이날 양가 인사, 어린이날 아이들 선물에다 친인척·지인들 경조금(慶弔金) 등으로 5월은 돈 나올 데는 없고 들어갈 곳은 많으니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니라 5월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야말로 현대판 `보릿고개`, 즉 보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가을에 걷은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릴 수밖에 없었던 과거 4∼5월의 춘궁기(春窮期)처럼 다가온다.
칠곡군에서도 ▶지난 4일, 5일 지천면 신동재에서 열린 `2019 아카시아꽃축제` ▶4일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연등행렬 ▶5일 `2019 어린이 행복 큰잔치` ▶7일 ‘제15회 칠곡군민의 날’ 기념행사 ▶14일 서울 청계광장 `칠곡·완주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17일 동명면 백세인생 청춘효잔치 ▶18일 제8회 효한마당잔치 ▶19일 제17회 석적읍민 효도잔치-한마음노래자랑 ▶20일~23일 칠곡군 국제자매도시 중국 제원시 `문화·관광·체육분야 공공외교` 등이 펼쳐졌다.
이밖에 가정의 달 5월에 집중된 마을별 경로잔치 등 크고 작은 행사로 지방의원 등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칠곡군 각 읍·면 주민화합한마당 행사도 6월부터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다. 이같은 읍·면 행사는 `효잔치`와 `상가활성화` 등 명목으로 따로 개최될 뿐 아니라 낙동강세계평화축전 8개 읍·면 행사인 `낙동강 어울림한마당`도 열리고 있다.
물론 행사의 성격과 내용은 공연마다 다 다르다. 문제는 8개 읍·면별로 너무 많은 행사와 공연이 분산되거나 중복 개최돼 `선택과 집중`이 떨어지는 데 있다. 이들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기관단체들이 협의해 해마다 돌아가면서 대규모 행사로 묶어 많은 관객이 몰리는 `대통합 화합한마당`으로 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칠곡군은 2015년 5월 `행사참석 기준 및 의전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 칠곡군수의 행사참석을 기존 대비 30% 정도 줄이기로 했다. 대신 행정역량을 ‘새로운 칠곡 100년’을 향한 중앙예산 확보와 정책구상에 주력해 군정 최우선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할 방침이었다.
당시 마련한 개선방안을 보면, 군수 행사참석 범위를 국경일과 법정기념일, 전국 및 군 단위의 대규모 행사, 업무협약-정책간담회 등 정책추진과 관련된 행사로 제한했다. 연례적인 행사를 비롯한 그 외 행사는 행사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부군수, 국장, 실·과·소장, 읍·면장이 역할을 분담해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사 일부 주최 측은 칠곡군수가 참석하지 않으면 섭섭함을 표시해 군수에게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군은 부군수의 내부 행정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군수가 칠곡군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군수의 권한 밖에 있는 만큼 부군수의 군정대행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칠곡군수가 주민들이 마련한 행사에 참석해 격려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군수가 주민들이 요구하는 모든 행사에 참석하다가 중요한 군정추진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칠곡군과 군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군민이라면 `행사참석 기준 및 의전 내실화 방안`에 따라 칠곡군수의 행정역량이 `새로운 칠곡 100년`을 향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