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는 “식량을 장악하면 인류를 지배하고 화폐를 장악하면 전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통용,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 달러(US dolla) 및 달러화의 불안 지속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만든 통합 통화인 유로화(Euro), 홍콩에서 사용되는 홍콩 달러 등은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통용되고 있다. 이같은 국가의 화폐만큼 널리 통용되거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화폐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을 비롯한 풀뿌리 지역경제 활성화에 다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정부에 대해 자신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인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화폐는 지방자치의 핵심인 자주적 재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발행하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방정부의 재정권과 관련해 경북도의회와 경북시장·군수협의회, 경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 대구광역시의회, 대구청장·군수협의회, 대구군의회의장협의회,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7개 민관 기관단체의 입장도 분명하다. 이들은 “지방정부에 입법권·재정권·행정권을 보장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에 희망이 생길 수 있다”며 “멀리 떨어진 중앙정부의 권력이 가까운 지방정부로 내려와야 국민주권이 진정하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개헌특위 개헌안에 지방의 입법권과 재정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임을 명시하고 지역대표형 상원제 설치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모바일머니’ 신유형 전자화폐 등장 지방자치단체가 역내 소비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한 지역화폐를 앞다투어 발행하고 있다. 올해만 전국적으로 절반가량의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 사용이 가장 활발한 경기도의 경우 이미 지역화폐를 발행한 성남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 등 도내 31개 전 시·군에서 4천961억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2022년까지 경기도내에서 발행예정인 지역화폐 물량은 1조5천905억원이다. 청송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군비 50억원을 들여 청송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제작한다. 청송군은 청송지역 농가당 50만원어치의 청송화폐를 지원할 방침이어서 침체한 농가와 지역경제가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주시는 오는 7월 1일 지류(종이)상품권 30억원과 모바일 상품권 30억원을 전국 최초로 동시에 발행할 계획이다. 지류식 상품권은 관내 농협에서 구입이 가능하고, 모바일식은 스마트폰으로 금융기관 방문 없이 앱을 다운받아 구입하거나 환전이 가능하다. QR코드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선물하기도 가능한 신유형 전자화폐가 등장한다. 지역화폐와 지역사랑상품권은 지폐처럼 종이에 인쇄된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바일머니나 QR코드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발행하는 특정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지역내 소비를 활성화하고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하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지역 외부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반기고 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과 가맹점을 찾아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만큼 지역내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모든 가맹점에서 체크-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카드수수료 부담이 없어 가맹점주들도 선호하고 있다. ◆‘복지제도-지역화폐’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화폐의 핵심은 지역내에서 생산된 경제적 가치를 지역에서 소비하고, 또 재생산하고 재소비하는 지역내 생산-소비가 활발하게 순환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에 있다. 발행처인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주민, 자영업자 모두가 지역화폐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므로 가맹점과 소비자가 있는 지역사회가 지역화폐 활성화의 중심이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역화폐 활용도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지역경제 살리기 수단 중에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밝혔다. 김병조 울산과학대 교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복지제도-지역화폐’ 정책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정책대안”이라며 “세계적으로 지자체가 ‘복지제도-지역화폐’를 적극적으로 연계해 추진하는 것은 시범적인 선도사례“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영업자 매출증대를 위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포함) 발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올해 2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목표로 발행액의 4%에 해당하는 800억원을 국비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카드·모바일 등 지급수단 다양화해야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경기지역화폐 활성화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지역화폐가 카드, 지류, 모바일 등 지급수단 다양화 등을 통해 최대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경기도가 지난해 9월 지역화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카드형상품권 39%, 모바일상품권(간편결제) 31%, 종이상품권 16% 순으로 나타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모바일상품권(70%)이 종이상품권을 훨씬 앞섰다. 2011년 1월 지역화폐인 ‘칠곡사랑상품권’ 발행을 시작한 칠곡군도 보다 편리하고 많은 지역화폐 유통을 위해 모바일 상품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칠곡사랑상품권 총판매액은 2011년 1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729억559만원(포인트 판매액 제외)이고, 지난해 판매액은 70억9천246만5천원이다. 올해 1분기 판매액은 21억1천761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억1천466만5천원에 비해 31.1%인 5억294만5천원이 늘었다. 포인트 적립과 포인트 특별인상 등 혜택이 주어지는 칠곡사랑상품권은 칠곡지역 농협과 신협 등 34개 금융기관에서 구매해 음식점 등 2천900곳의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연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으며, 점주들은 카드수수료까지 절감할 수 있다. 칠곡군은 행정안전부와 한국조폐공사가 개발 중인 모바일상품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휴대폰으로 구매가 쉽고 선물도 할 수 있어 상품권 유통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지역 화폐인 칠곡사랑상품권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모바일 상품권을 도입하는 등 판매량 증가를 통해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와 지역 민생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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