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폭행 등에 따른 예천군의원 해외연수 파문을 계기로 지방의회가 아예 연수를 포기하거나 해외연수 개선을 위한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다.
칠곡군의회도 국외여행 규정이나 규칙보다 강화된 조례로 만들어 시행했다면 최근 태국 해외연수가 `꼼수연수`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칠곡군의원 10명은 올해 예산 3500만원을 들여 2명씩 1개조로 칠곡군 예산을 지원받아 가는 이장협의회 등 5개 기관단체 해외 문화체험에 동행하는 방식으로 해외연수를 하기로 했다. 군의원 2명은 가장 먼저 지난 3∼7일 3박5일간 칠곡지역 우수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22명과 함께 태국 방콕을 다녀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식적인 연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외여행 심사위원회 절차와 연수보고서 제출 등 `지방의원 공무국외출장규칙`을 지키지 않은 변칙연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칠곡군의회 A 의원은 이에 대해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동행하는 의정의 일환으로 실시한 이번 연수가 뜻있는 체험으로 기대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언론의 비판에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다"고 말했다.
A 의원은 이번에 태국 연수를 다녀온 한 자원봉사자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고아원 2곳을 방문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과 적은 금액이지만 성금도 전달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칠곡군의회는 지난 22일 발표한 공식입장문에서 "칠곡군의회의 국외연수와 관련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칠곡군민 여러분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먼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편성된 예산에 대한 사용의 적정성 및 예산의 과다여부 확인·점검은 의원의 책무이므로 군의원 2명이 동행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표준안)을 만들어 전국 243곳 지방의회에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규칙에는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셀프(자체)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 방안 마련 ▶정보공개 확대 ▶페널티 적용 등을 담았다.
그러나 이 규칙은 행정안전부의 권고사항인 만큼 지방의회에서 반드시 지켜야할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때문에 칠곡군의회는 정부의 국외여행규칙보다 완벽한 `칠곡군의원 공무국외 출장 조례`를 시급히 제정해 이 조례에 의거해 해외연수를 실시하는 것이 절실하다.
영주시의회 등은 행안부의 `국외여행 규칙`을 `국외출장 조례`로 제정해 "공무로 국외연수 때 부당하게 지출한 경비는 환수한다"는 등 강화된 해외연수 조례를 시행하는 등 관광성 연수를 막는 지방의회의 자구책마련이 잇따르고 있다. 명칭부터 관광성 `여행`이 아니라 연수를 위한 `출장`으로 바꾼 것이다.
영주시의회 조례에 따르면 행안부의 `공무국외여행규칙`에 비해 사전 심사를 강화해 심사위원을 7명으로 늘리고 이 중 6명을 교육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추천한 외부인사로 두도록 했다.
또 특별한 사유 없이 시의원 전체 혹은 1명은 해외연수를 갈 수 없고, 선거가 있는 해도 나갈 수 없다. 특히 미리 의결된 출장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지출한 경비에 대해선 반환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더구나 수집하려는 자료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지, 방문 기관 섭외는 됐는지, 공휴일 등 방문 시점이 적합한지 19개 항목의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근거로 필요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주민 세금으로 가는 국외여행이 연수를 빙자한 관광성 외유가 아니라 연수를 위한 해외출장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취지다.
경북도의회도 4월 25일~5월 9일 열리는 제308회 임시회에서 `국외여행 규칙`보다 강화된 `경북도의회의원 공무국회출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울산시 중구의회도 `의원 공무국외연수 및 출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고, 목포시의회는 지난 3월 26일 제346회 임시회에서 `목포시의회의원 공무국외 출장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에 따르면 국외출장 45일전까지 계획서를 제출하고 출장 30일 전에 심사위원회를 소집토록 했으며, 심사위원회는 출장의 필요성과 출장자의 적합성, 출장국과 출장기관의 타당성, 출장기간의 타당성과 출장경비의 적정성 등을 심사한다.
또 귀국 이후 30일 이내에 공무국외 출장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15일 이내에 심사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해 출장의 적정성을 심사받도록 의무화했다. 행정안전부 표준안보다 강화된 조례(자치법규)라는 평가다.
이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수미 시의원은 "이번 조례는 셀프 심사 배제가 가장 큰 특징이고,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해외여행 시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의의가 있다"며 "해외연수 이후 사후 보고와 그동안 없었던 사후 심사를 의무화해 앞으로 투명하고 알찬 연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