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 원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용인, 이천, 구미, 청주 등 지자체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곳에는 차세대 반도체 팹 4개와 50여 개 협력업체, 스마트 공장, 혁신 인프라 등이 집적된 대단위 스마트 산업단지가 조성, 고용창출 효과만 1만 명 이상으로 전망돼 획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미서 기침하면 칠곡은 감기 걸린다"는 말처럼 인구증가 등 구미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칠곡군도 SK하이닉스 클러스터의 구미 유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구미청년문화협동조합을 비롯한 구미 시민들은 SK하이닉스 새 반도체 공장 부지가 올해 상반기 선정되기에 앞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과 `아이스SK 구미챌린지` 실시, SK 본사 방문 등 구미 유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 `42만 구미시민을 대표해서 간절히 국민청원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3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 수는 18일 현재 2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수도권규제완화와 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구미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력 생산업체는 수도권과 베트남으로 이전하여 구미산단은 붕괴를 넘어서 구미시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지역으로 사람이 모이고 지역으로 기업이 몰리는 국토 균형발전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겠다”고 공약하신 말씀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러나 작금에 지역 균형발전은 먼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제 서울공화국, 서울민국이라는 말이 지방의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가고 있다. 구미는 반도체 핵심재료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이 있습니다. 타지역의 경우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특별법부터 분양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소요되는데 구미 제5국가산업단지는 대규모 생산공장 부지와 관련 인프라 조성이 이미 완료되어 있다. 속도의 경쟁시대 반도체 산업은 머뭇거리다가는 1~2년 안에 중국에 그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 구미는 50년 국가전자산업단지의 경험을 통한 관련 생산 인프라와 우수한 인력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또한, 부품업체와 장비업체가 있어 전후방 산업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곳이다. 항공물류가 대부분인 반도체 산업의 경우 구미에서 불과 2~30km에 군위 통합 신공항 유치가 계획 중에 있어 한강 이남 최고의 항공물류 요충지가 될 수 있는 곳이고 국내 최대 전자산업단지가 소재해 있어 반도체 산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최적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28년까지 1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후보지로 용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구미는 물론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이천 등에서도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대 관건은 수도권 규제 완화이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이천에 있는 데다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용인을 포함한 수도권이 최적지로 꼽히지만, 수도권 공장 총량 규제 때문에 경기도 내에 조성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경기도가 오는 2020년까지 배정받은 입주 물량은 617만㎡ 규모지만 이미 물량 대부분은 입주계획이 확정돼 있다.따라서 경기 이천도 수도권정비법에 묶여 더 이상 공장을 지을 부지가 없으므로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너무 많은 공장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증설 허용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시책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막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가 30년 넘게 추진해온 지방 살리기의 마지막 보루였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친기업 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에서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2008년 수도권 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 내 기존 공장 증설과 첨단업종 입지규제 완화가 그 시작이었다.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다. 수도권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입법 활동을 통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이어질 당시 `친이·친박`에 휩쓸려 간 국회의원들이 지방을 끝까지 살리지 못하고, 수도권 규제완화에 동의한 것은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과거 LG에서 실비증설 등 투자를 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주로 옮긴 뼈아픈 경험이 있다"며 "이러한 짓을 다시는 범하지 않기 위해 경북도에서도 과감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LG디스플레이 공장의 파주 조성을 허용한 결과 LG 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생산라인 일부가 파주로 이전하는 등 산업환경 변화로 구미공단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한 여파로 칠곡군 전체인구가 지난달 말 현재 11만8828명으로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칠곡군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구미 유치를 위해 청와대 청원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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