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입어 전국으로 활기를 띠던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이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로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칠곡군 지천면 하빈지를 비롯한 경북·대구 4개 지역 수상태양광사업도 전면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까지 제기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하빈저수지 태양광발전사업이 시작된 것은 한국농어촌공사와 하빈수상태양광발전(주)이 2016년 9월 26일부터 2026년 9월 25일까지 10년간 수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지천면 금호리 하빈지 14만5400㎡ 중 2만1425㎡를 수면 발전설비용으로 임대해 태양광 발전모듈은 용량 2008.8KW, 수량 6480장까지, 2000KW 전기실 1동을 각각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하빈지 인근 금호리에 사는 30여 가구는 `하빈지 태양광발전 반대추진위원회`(위원장 강경만)를 결성하고, 수질 악화와 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한국농어촌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에 이 사업을 백지화해 줄 것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수차례 제출했다.
칠곡군은 2017년 5월 하빈지 인근이 농림지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서 개발보다는 주변 경관보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하빈수상태양광발전(주)이 1만4839㎡ 수면에 2000KW 용량으로 칠곡군에 신청한 개발행위 허가를 불허했다. 그러나 하빈수상태양광발전(주)은 이에 불복하고 칠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2018년 6월 대구지법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칠곡군은 대구고법에 항소했으나 2018년 10월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를 해놓은 상태다.
법원은 수상태양광발전 설치물인 패널이 미관상 나쁘지 않고 수질오염 등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빈지 태양광발전 반대추진위원회 강경만 위원장 등은 수질 악화와 전자파 발생, 햇볕 반사에 따른 눈부심, 주변 기온 상승에 따른 환경오염과 경관훼손 등을 내세워 태양광발전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하빈지는 근처 생활하수 등이 그대로 유입되는데 따른 오염이 심각해 수질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강 위원장은 "외지인이 수익을 올리는 수상태양광발전보다 오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거나 하수관거사업을 서둘러 하빈지를 살리는 한편 제트스키를 비롯한 수상레저시설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양수 의원은 "저수지 면적 50%를 태양광 설비로 덮었을 때 수온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수온이 1도 올라갈 때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연구돼 있지 않다. 주민 반대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농어촌공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농어촌공사와 수상태양광발전사업자는 언론보도와 타지역 주민설명회를 통해 "녹조현상과 부영양화 방지, 저수온 유지로 인한 플랑크톤 대량번식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고 반박해 왔다. 오히려 저수지 수질개선이 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농어촌공사 등은 수상태양광발전의 경우 좁은 국토에서 산림훼손과 환경오염 없이 손쉽게 대규모 전기를 얻을 수 있다며 이를 권장하고 있다.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10월 23일 국감장에서 “수상태양광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돈 벌 기회가 있다면 벌어야지 그걸 남에게 주면 배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수상태양광발전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9조원에 가까운 부채가 있는데도 7조원대 공사채를 발행할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개 기관이 2000년 통합해 탄생한 한국농어촌공사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혁신을 도모하고 있지만 해마다 수리시설 유지관리 비용에 3000억 원 이상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고보조는 1280억원에 그쳐 부족분 1796억원(58.4%)을 자산매각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현재 공사 보유 순자산가액은 1조5553억원으로 연평균 자산 처분액이 1087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14년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수상태양광발전 같은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한 농어촌공사는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한 중앙지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사업이지만 수상태양광발전이 농업용수 공급 등의 수자원 이용의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해서는 절대 안된다. 주변 경관이나 환경도 파괴해서는 안되는 만큼 주민 동의를 반드시 얻어서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어촌공사 보유 저수지를 활용해 저수지 기능·경관유지와 주민동의, 환경·안전 등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농어촌공사 전체 사업지 899개 지구(총사업비 7조5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인·허가 등 세부 추진 여건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민이 동의하고 저수지 기능이 악화될 우려가 없는 곳에서만 이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 수익을 농업인과 나누는 사업 모델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천면 하빈지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과 관계없이 `태양광발전 반대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금호리 주민들이 반대입장을 고수해 사업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은 결과 수상태양광발전사업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계약서 제14조 1항에 "특별한 사유 없이 2년의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사용목적(수상태양광발전사업장)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원 편집국장 newsi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