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맨 처음 바다 사고는 태조 4년(1395) 6월 경상도 조운선(漕運船, 현물로 거두어들인 각 지방의 조세를 배로 서울까지 옮기는 배) 16척이 바람으로 침몰한 사건입니다. 이후 조운선이 바다에 침몰한 사고는 조선 중기(中期)인 16~17세기에도 해마다 생겼는데 특히 영조 4년(1728) 7월에 40여척의 경강선(京江船, 한강에 띄었던 배)이 침몰하여 세곡 47,000석이 물속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가장 큰 해난사고는 태종 3년(1403) 5월 5일에 일어났는데 경상도 조운선 34척이 바다에서 침몰되어, 천여 명의 조군(漕軍, 조운선에 타는 뱃사람)이 물에 빠져 죽고, 세곡 만여 석이 침수되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침몰할 때 살아난 한 사람이 도망치다 잡혔지요. 그래서 도망친 까닭을 물으니, “도망하여 머리를 깎고, 이 고생스러운 일에서 떠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때 얼마나 조운선을 타는 것이 위험하고 힘들었으면 조군이 도망쳤을까요? 태종임금이 이를 듣고 “책임은 내게 있다. 만인(萬人)을 몰아서 사지(死地)에 나가게 한 것이 아닌가? 닷샛날은 음양(陰陽)에 수사일(受死日, 불길한 날)이고, 또 큰바람이 불어 배를 띄울 날이 아닌데, 이를 알면서 배를 출발시켰으니, 이것은 실로 백성을 몰아서 죽게 한 것이다.”라고 탄식합니다. 당시 배가 바다에 침몰하는 까닭을 보면 큰바람 등 자연적 조건 말고 관리와 조군의 부패, 고의성, 과적(過積), 조선술(造船術)과 항해술의 모자람이라서 지금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이때 임금이 이 보고를 받자마자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돌린 게 다르다면 다른 것이지요./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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