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샴의 법칙`은 16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그레샴이 주장했다고 해 그의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용어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시중에 진짜 금화와 도금한 가짜 금화를 같은 액면 가격으로 유통시키면 실질가치가 높은 진짜 금화는 장롱 속으로 사라지고 실질가치가 낮은 가짜 금화만 유통되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이 그레샴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살펴보자. 소문난 맛 집이 인터넷에 알려지게 되면 갑자기 넘쳐나는 손님들로 인해 관리가 되지 않아 그 맛을 잃게 되고 따라서 단골손님은 사라지게 된다.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 있는 학교에 `면학분위기가 좋다`라고 소문이 나는 순간 많은 학생들이 그 학교에 전학을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로 인하여 면학분위기는 나빠지게 된다. 교사가 행정업무에 시간을 뺏기게 되면 정작 중요한 학사업무는 소홀할 수밖에 없어진다. 조직이 커지면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많아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정작 그 조직의 존재 목적을 위해 일할 시간은 거의 할애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시장에 유사석유나 짝퉁 상품이 판을 치면 정당하게 생산된 제품이 설자리를 잃게 되고, 소프트웨어 역시 불법복제가 만연하면 소비자들은 결국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들 모두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이 많은 순기능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여론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측에서는 폭발적인 악성 댓글을 달아 댓글의 여론형성 기능 자체를 무력화시켜 버리게 만든다. 재미있는 어떤 모임에 개성이 뚜렷한 새로운 회원이 들어가서 설치게 되면 그 모임은 서서히 분해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우리나라 정치현실 또한 마찬가지다. 자질이 떨어지는 후보자는 대체적으로 승부근성은 강하여 돈 선거, 상대 후보자에 대한 비방·흑색선전 등 온갖 선거판을 흐려가면서 당선되려고 하여 정작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후보자로 나서기를 외면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들끼리 정치를 하면서 국민들을 피곤하게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자치회를 보면 더욱 확실하게 이해되지 않는가. 아파트 주민들이 동대표 선출이나 자치회 운영에 무관심하여 어느 순간 아파트 관리는 부실하게 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입주민들의 상전이 되어 있는 현실을 주변에 흔히 보아 왔을 것이다. 선거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것은 곧 유권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표에 참여하여 악화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의 투표권을 포기하면 결국 악화에게 우리 사회를 내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질이 있는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될 수 있도록 유권자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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