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의 조부인 김보현(요한) 옹은 로마 가톨릭을 신봉하다가 1866년 병인박해 때 충청도 연산현에서 관군에게 잡혀 순교하였고 이때 조모인 강말손도 함께 체포됐으나 임신 중이어서 석방돼 부친 영석을 낳았다.
남편이 순교하였기에 추기경의 할머니께서는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유복자를 길러온 아들이 김영석(요셉)이며 김수환 추기경의 아버님이시다. 김영석(요셉)은 머나먼 유랑의 길을 따라 충청도에서 칠곡 고을인 왜관 매원마을 주령인 소학산(巢鶴山) 깊은 산속 아홉사래 고개를 넘어 장자동 신앙촌에 정착하면서 옹기굴 책임 도공으로 일했다.
김영석(요셉)과 함께 천주교인들은 옹기장수를 생활수단으로 하면서 산 너머 신나뭇골 성지와 한티성지를 이웃하며 오직 깊은 신앙심으로 박해의 불안을 극복하고 가난을 즐기며 살아온 곳이 천주교 장자동 신앙촌 공소마을이었다.
초대 조선 교구장을 역임한 프랑스 미텔 주교께서 포교활동으로 천주교 공소를 방문할 당시 신자수가 109명, 가구수가 29호로 산골의 큰 공동체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고 주교일기에 전하고 있다.
또한 이곳 장자동은 조선말기 대한 광무제국인 고종황제시절 한성판윤(현 서울특별시장)을 8번이나 제수하고 서울 장안인 경복궁 향원정에서 최초로 전기불을 밝히고 선진문물의 유통을 위한 경인선 철도건설을 책임 감독한 이채연(광주)공이 태어난 선구자의 고향마을이기도 하다.
이에 역사의 향기와 함께 옹기종기한 유서 깊은 돌담 집터인 신앙촌이 골프장 개발로 흙더미 속에 묻혀버린 것이 안타까워 왜관농협에서는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예산 500만원을 세웠다. 그리고 천주교의 자문과 협찬으로 신자들이 국법에 의한 삼엄한 박해와 함께 유복자인 김영석(요셉)의 고단한 고행의 귀한 행적을 비문에 새겨 옛 장자동 공소터인 왜관읍 봉계리 세븐벨리골프장 클럽하우스 정문 앞 동산에 어렵게 세우고, 먼 미래를 위하는 작은 이정표라도 되어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 본다.
앞으로도 왜관농협은 호국과 순교정신은 물론 매원리 영남삼촌을 비롯한 전통마을과 선비의 고장에 서려있는 고상한 정신을 간직한 향토사에서 칠곡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발굴, 인문학적 풍요한 정서와 함께 자부심을 가지며 보람있는 삶을 누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이수헌 왜관농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