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매사냥할 때 오후에 하인들이 몸이 허하고 갈증이 나면 상실주를 냉수에 타서 마시도록 한다. 그러면 몸이 가벼워지고 다리 힘이 붙는다.” 위는 조선 중기 안동 유생 김유(金綏)가 지은 `수운잡방(需雲雜方)`에 나오는 상실주(橡實酒)의 효능에 대한 기록입니다. 매사냥을 할 때 하인들은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는데 이때 다리에 힘이 붙을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여기서 상실(橡實)이란 너도밤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큰키나무인 상수리나무 열매를 말합니다. `수운잡방`의 상실주 빚는 요령을 보면 “껍질을 깐 상수리 1석(120근)을 흐르는 물에 오래도록 우려내고, 그 굵은 가루를 햇볕에 말려 곱게 빻는다. 찹쌀 6말을 많이 씻고, 고운 가루로 만든 다음 이를 서로 섞고 푹 쪄 식힌다. 두 가지를 섞어 두 말을 만들고 좋은 누룩 3되를 잘 섞어 항아리에 넣고 익기를 기다린다. 고운 찹쌀가루에 죽 한 동이를 만들어 항아리에 넣는다. 맑은 웃물이 바닥까지 내려가면 맑은 술을 떠서 쓰고, 묽은 찰죽에 용수를 박아 술을 뜬 다음 술지게미를 햇볕에 말려 갈무리한다”라고 나오지요.
`수운잡방`은 전통 조리서로 1670년경에 장계향 선생이 한글로 지은 `음식디미방` 보다 100년 이상이 앞선 책입니다. 25장의 한지에 행서와 초서로 기록하였으며 간간이 옛 우리말로 표기한 식품 이름도 보이지요. 각종 술 빚는 법과 다양한 김치 담그는 방법, 다과와 탕류의 조리법뿐만 아니라 채소의 재배법도 실려 있습니다. ‘오천가법’ 또는 ‘현재 엿도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법’이라는 항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안동 인근에서 주로 만들던 음식 조리법을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