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엔 초저녁 뒷동산에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는데, 떠오르는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 등으로 한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또 달집태우기도 대보름날 밤에 하는데,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 놓은 다음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릅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맞이를 하고, 쥐불놀이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하지요.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 중 ‘월견상극(月犬相剋)’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달과 개는 상극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정월 대보름날에 개에게 하루 종일 밥을 주지 않거나 혹은 저녁밥 한 끼만 주지 않습니다. 개에게 밥을 먹이면 달의 정기를 먹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본질인 음력의 에너지원은 달이어서 개에게 밥을 주는 여자는 개에게 자기의 음력을 도둑질시키는 것으로 본 때문입니다. 월식도 옛사람들은 개가 먹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지요. 또 다른 대보름 풍속으로 `개보름쇠기`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유득공(柳得恭)[1749~1807]이 펴낸 《경도잡지(京都雜志)》에, “이 날만은 개를 먹이지 않는다. 개에게 먹을 것을 주면 파리가 많이 꾀고 마른다고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개보름쇠기는 한 해의 시작인 정초에 개가 병들지 않고 건강하라는 주술적 의미에서 비롯된 것인데 하루 종일 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달이 뜨면 그때서야 “개 비리 씰자. 개 비리 씰자”라고 하면서 빗자루로 개의 등을 쓸어내린 뒤에 밥을 줍니다. 이때 먹는 밥을 ‘더우밥’이라고 하며, “내 더우 너 먹어라” 하며 개에게 한 번 먹이고 자기도 한 번 먹기를 반복하지요. 이는 개가 사람보다 더위를 잘 이기기 때문이며, 같이 먹는 것은 한 식구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무 아홉 짐을 하던 정월대보름 오늘은 한해 가운데 보름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은 예부터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비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운수가 좋다."고 하여 이날은 남녀노소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습니다. 이날 풍속에 더위팔기`賣暑`라는 것이 있는데 이유원의 ≪임하필기≫에서는 이를 두고 " 당(唐)ㆍ송(宋) 사람들은 어리석음을 팔았으니 이것은 더위팔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그 유래를 밝히고 있으며 ‘다리밟기(踏橋)`는 고려 풍속으로 다리 병을 물리치기 위한 놀이이고, 보름달의 두껍고 엷은 상태를 가지고 그해의 흉,풍년을 점쳤으며, 곡식 이삭 늘어놓기, 부럼 깨물기, 줄다리기 놀이 등은 모두 신라 때부터 이어져온 명절놀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먹거리로는 오곡밥과 나물을 들 수 있는데 멥쌀·찹쌀·조·수수·보리 등 여러 가지 곡물을 넣어 지은 밥에 고사리·시래기·호박오가리 따위의 나물을 먹었습니다. 오곡밥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해서 `나무 아홉 짐과 찰밥 아홉 그릇`을 먹기도 했는데 이것은 한해를 부지런히 뛰며 살라는 뜻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 예전에는 마을마다 한해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거나 굿을 하던 풍속이 있었으나 이제는 동호인들끼리 옛 풍속을 재현하는 풍물굿 정도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정월대보름은 여전히 우리겨레의 큰 명절입니다./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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