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히 마음만 써 몸 수척해지고 억지로 글을 쓰려하니 마음도 편하게 먹지 못하네 만약 칼 얻어 억지로 근심 베어 버릴 수 있다면 하필 의사 맞아 왜 약을 물으리. 이 시를 쓴 사람은 조선시대 여류시인 박죽서(朴竹西, 1817~1851)로 시 166수가 《죽서시집 ‘竹西詩集’》에 실려 있습니다. 죽서는 원주사람으로 서얼 출신이지만 차별 없이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총명한데다가 재기(才氣)가 뛰어나 일찍부터 시공부를 시켰다고 전해집니다. 용모도 아름답고 특히 효심도 깊었으며 서출로 태어난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시 창작에 몰두하게 됩니다. 죽서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에 그의 시는 지혜가 넘쳐나고 신령스럽기까지 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죽서는 사랑하는 임, 가족,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병약한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다루면서도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 보다는 받아들이면서 담담하게 살다갔습니다. 서출 출신에 소실 살이를 하면서 후사 없이 34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시는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모습이라고 삼호정시단(三湖亭詩壇)의 벗 김금원은 죽서 사후에 문집으로 꾸민 《죽서시집》발문에 그렇게 평했습니다. 용산구 산천동에서 마포구 도화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는 삼호정(三湖亭)이 있어 이곳에서 죽서는 친구들과 시를 읊었다고 전해집니다./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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