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계집 종년의 나이는 열넷 / 걸어서 친정 부모 뵈오러 간다하네 / 슬프다. 나는 규중에 살거니 / 언제나 부모님 뜰을 지나리, 이는 남정일헌(南 貞一軒, 1840~1922)이 쓴 ‘친정부모를 뵈러 가는 계집종을 보내며’라는 시입니다. 남정일헌은 숙종 때의 학자이며 정치가인 남구만(南九萬)의 7대 손으로 성대호(成大鎬)에게 출가하였으나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며 82살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와 문장을 지었던 여류문인입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슬하에 자식을 두지 못하여 양자를 들였으며 양자인 성태영(成台永)은 어머니가 쓴 시와 문장을 《정일헌집(貞一軒集)》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여기에는 오언절구 1수, 칠언절구 6수, 율시 50수를 포함하여 모두 57수가 수록되어 있고, 산문으로 제문 1편이 들어 있지요. 부록으로 아들 성태영이 쓴 와 이건창과 이건승이 보낸 편지도 들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남정일헌의 외가 동생들입니다. 남정일헌은 오랜 수절생활에서 오는 슬픔과 여러 감상들을 시 속에 담았으며 번듯한 집안의 규수로서 집안의 규범을 노래한 가훈적인 작품도 많이 썼습니다. 특히 `태극(太極)`이라는 시에서는 보통 여류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천지만물의 이치와 이기(理氣)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지요. 또한 자연을 소재로 한 시로 사계절을 노래한 춘하추동과 한식, 삼짇날, 초파일 같은 절기에 관한 한식견회(寒食遣懷)와 삼일즉사(三日卽事), 팔일관등(八日觀燈) 같이 일상생활을 엿보면서도 남정일헌 만의 높은 식견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의 시도 남겼습니다. 현재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푸른솔겨레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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