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국은 철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이다. 겨울 된장국의 주재료인 시래기와 우거지는 무와 배추에서 얻는다. 무의 줄기와 잎 부분만 따로 모아서 말린 것이 시래기다. 대개 푸른 무청을 새끼로 엮어 말린 뒤 보관해 두었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시래기를 매달아 놓고 겨우내 바람과 햇볕으로 말렸다. 초겨울 햇볕에 바짝 말린 시래기에는 건강에 이로운 성분과 영양분이 듬뿍 들어 있다.
▶시래기의 대표 건강 성분 식이섬유
무에는 식이섬유, 비타민 C(항산화 효과), 엽산(기형 예방) 등 비타민, 칼슘(뼈 건강에 기여), 칼륨(혈압 조절)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무의 영양소는 뿌리보다 잎(무청)에 많다. 조선무의 경우 무청 100g당 칼슘 함량이 249㎎으로 뿌리(26㎎)보다 10배 가까이 많다. 무청을 말려 얻은 시래기가 건강에 이로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래서다. 시래기의 대표 건강 성분은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몸 안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준다.
우리 선조들은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겨울에 시래기밥(시래기를 넣어 지은 밥), 시래기나물(시래기를 볶아 무친 것), 시래기떡(시래기를 쌀가루에 섞어 찐 떡), 시래기지지미(시래기에 콩나물, 무를 섞어 만든 지지미), 시래기찌개(시래기를 넣어 끓인 찌개)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 시래기를 오래 푹 삶은 뒤 찬물에 우려내고 쌀뜨물, 멸치, 된장을 넣고 푹 끓인 시래깃국(시래기된장국)
겨울 별미(別味)다. 시래기 자체의 구수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기막혀서다.
‘시래기를 볶아 대보름에 먹는다’는 말도 있다. ‘진채’(陣菜)라고 불리는 묵은 나물은 정월 대보름 절식(節食)이다. 옛사람들은 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여겼다.
묵은 나물은 시래기 외에 호박고지, 가지, 버섯, 고사리, 도라지, 고구마 줄기, 아주까리 잎, 토란대 등으로 만든다.
과거에는 못생긴 사람을 가리켜 ‘시래기뭉치’라고도 불렀다. 물에서 건져 꽉 짜 뭉친 시래기가 볼품없어 보이는 데서 유래한 표현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요즘 강원 양구, 홍천에서는 시래기 축제도 열린다. 현대인들에겐 시래기가 웰빙 식품으로 인식돼서다. 도종환 시인은 ‘시래기’란 시에서‘시래기는 무의 아름다운 최후입니다’라고 썼다.
▶김장철 요긴하게 쓰이는 우거지
우거지의 어원은 ‘웃걷이’다. ‘웃’은 ‘위(上)’ 또는 ‘겉(外表)’을 뜻하므로 배추 등 채소의 윗부분을 걷어낸 것을 가리킨다. 김장 김치나 젓갈의 맨 위에 덮여 있는 배춧잎이 우거지다. 따라서 우거지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기는 바로 김장철이다. ‘김장이 끝나면 우거지를 정리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란 옛말은 이래서 나왔다. 김치 냉장고가 널리 보급되고 김장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요즘은 우거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김장 김치를 장독에 보관했다. 이때 우거지가 요긴하게 사용됐다. 이유는 이렇다.
겨우내 먹어야 하는 김장 김치가 쉬 상하거나 익어버리지 않도록 장독 안에 김치를 담은 뒤 그 위에 소금을 두둑이 뿌렸다. 그런데 소금이 점차 장독 아래쪽으로 내려가므로 장독 윗부분에 있던김치의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게다가 장독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장독 윗부분의 김치는 공기와 접촉한다. 장독 윗부분에 있는 김치가 더 빨리 익는(시어지는) 것은 바깥 공기에 자주 노출돼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다 미생물을 없애는 소금기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장독에 든 김치를 공기 노출로부터 보호하고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 넓은 배춧잎(우거지)을 사용했다. 우거지는 된장국과 찌개를 끓이는 재료로 유용하다.
▶칼슘 함량이 뛰어난 아욱
아욱은 늦가을 된장국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가을 아욱국은 마누라 내쫓고 먹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다. 입맛이 없을 때 아욱국을 먹으면 금세 기운이 난다. 아욱의 맛은 서리가 내리기 전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적으로는 칼슘(뼈 건강), 칼륨(혈압 조절), 베타카로틴(항산화 효과), 비타민 C(항산화 효과), 식이섬유(변비 예방)가 풍부하다. 서양인이 최고의 웰빙 채소라고 평가하는 시금치와 비교해도 영양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특히 칼슘 함량은 시금치의 거의 두 배여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권할 만하다. 노화 억제용 채소로도 유용하다.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시금치 못지않게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욱은 연한 잎과 줄기를 먹는다. 아욱을 주재료로 한 대표적인 음식은 아욱국과 아욱죽이다. 새우, 아욱을 함께 넣어 끓인 새우 아욱국은 별미이면서 ‘찰떡궁합’인 음식이다.
강장식품으로 여겨져 온 새우에 부족한 비타민 C, 베타카로틴, 식이섬유는 아욱이, 아욱에 적은 단백질은 새우가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쌀뜨물에 된장, 고추장을 넣어 한소끔 끓이다가 손질한 아욱, 보리새우, 다진 마늘, 대파를 넣어 끓이면 아욱국이 완성된다. 아욱국을 끓일 때는 맹물대신 쌀뜨물을 쓰면 맛이 훨씬 구수하다.
이때 쌀뜨물은 두세 번 헹구어낸 물이 적당하다. 아욱국을 끓이다가 불린 쌀을 넣으면 아욱죽이다. 아욱죽은 소화력이 떨어진 사람이 먹으면 좋다. 아욱국에 반죽한 밀가루를 떼어 넣으면 아욱 수제비가 된다. 아욱은 잎이 넓고 부드러우며 대가 통통하고 연한 것이 상품이다. 색깔이 짙은 연두색인 것을 고른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는 환절기에 시도민의 올바른 영양관리와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열린건강생활실천상담실을 오후 2시~4시까지 상시 개방하며, 보건교육과 건강캠페인을 통해 지역주민의 건강증진에 다양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대구북부검진센터)지부 건강증진의원장 허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