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 큰 병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간에 관해서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간 질환은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 등 과 함께 한국인의 5대 질환으로 꼽히지만 정작 일상생활에서 간 건강을 제대로 챙기는 사람들은 드물다.
현재 한국인의 간은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통계청이 공개한 ‘2012년 사망원인 통계’를 분석해 보면,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으로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병, 폐렴, 만성하기도 질환 등과 함께 ‘간 질환’이 꼽힌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암 사망률의 순위를 살펴보면 폐암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간암이었다. 사회적인 활동이 왕성한 40~50대로 연령대를 좁혀 보면 간암은 암 사망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간 건강 지키기의 첫걸음을 시작해보자.
▶우리 몸의 화학공장 간
간은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에서 가장 큰 장기이다. 오른쪽 횡격막 아래 복부부터 왼쪽 복부에 걸쳐 자리해 사실상 윗배 부분을 거의 채우고 있다. 또 뇌와 함께 우리 몸에서 가장 무겁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장기이기도 하다. 간은 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사이를 혈관과 담관이 지나간다.
몸집이 큰 만큼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도 광범위하다. 간에는 문맥이라는 특수한 혈관이 있는데, 소화기관에 의해 소화·흡수되어 심장으로 돌아가기 전 대부분 영양소가 문맥을 통하여 간으로 들어간다.
간은 이 영양소를 사용하여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 저장, 전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쓸개즙을 생산하고,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는 등 해독 작용을 하여 배설 및 방어 작용을 한다.
이 외에도 우리 몸을 순환하는 혈액량을 조절하고, 물과 전해질의 대사 과정 및 혈액 응고 인자의 생성과정에도 간이 관여한다. 간이 우리 몸의 화학공장이라 불리는 데는 우리 몸의 대사활동 전반에 모두 관여한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
문제는 상당수의 사람이 간 질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으며 간 건강을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간학회가‘2013년 세계 간염의 날’을 맞아 국내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간 질환의 중요 원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45.4%에 달했다.
간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는 과도한 업무와 흡연, 음주 약물의 오 ․ 남용, 간염 바이러스 예방 백신 미접종, 비만, 무리한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스스로가 간 질환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체크해 보자.
무엇보다 평소 간 건강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병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상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자.
간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수술로 일부를 제거해도 10~20일 후에는 원래의 크기로 회복될 만큼 재생력이 뛰어난 장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웬만큼 나빠져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혹사하기 쉬운 장기이기도 하다. 일단 간세포의 파괴 속도가 재생 속도보다 빨라지면 돌이키기가 불가능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대구북부검진센터)지부 허정욱원장(내과전문의)은 “만약 전에 없던 피로감과 권태감이 지속되고, 휴식과 숙면을 취하고 나서도 몸이 회복되지 않거나, 식욕부진이 계속되는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대구북부검진센터)지부 건강증진의원장 허정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