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는 원래 옷 자체에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호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에서 따로 주머니를 만들어 썼는데, 이것은 또한 장식품으로도 쓰였습니다. 주머니는 작지만 만드는 정성이 크고 복을 부른다는 뜻에서 귀한 선물로 여겼지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각이 진 귀주머니(다른 말로 줌치)와 아래는 둥글고, 위는 모가 진 모양의 두루주머니(다른 말로 염낭)의 두 종류입니다. 주머니를 만드는 재료로 겉감은 비단이나 무명을 쓰고 안감은 무명이나 질이 낮은 비단을 썼습니다. 장식용 주머니로는 영친왕비가 쓰던 진주장식 두루주머니가 화려하고 예쁩니다. 꽃무늬마다 잎과 술에 여러 개의 진주를 붙이고, 주머니둘레는 수십 개의 자연 진주로 화사하게 장식하였습니다. 생일이나 명절 때 또는 혼례 때나 새해 첫 돼지날과 쥐날에 왕실 어른들에게 바치거나 종친과 대신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다지요. 콩을 볶아 붉은 종이에 싸서 주머니에 넣었는데 이것을 차면 액운을 물리치고, 한 해 동안 평안하다고 믿었습니다. 이 두루주머니는 영친왕비의 유품으로 영친왕 내외가 1922년 4월 29일 순종황제와 윤 대비를 알현할 때 찼던 것이라 합니다. 또 이 주머니는 다른 “영친왕 일가 복식, 장신구류”와 함께 1957년부터 도쿄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1991년 한일 양국 사이에 맺은 “영친왕비에 유래하는 복식 등의 양도에 관한 협정”에 따라 반환된 것 가운데 하나이지요. 이 화려한 두루주머니, 그러나 비운의 영친왕비에겐 이것도 큰 위안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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