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은 74년의 평생 동안 참으로 많은 책을 읽었던 학자였습니다. 그가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 것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던가는 금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산은 자신만이 책을 많이 읽었을 뿐만 아니라, 아들들이나 제자들에게도 기회만 있으면 책을 읽으라고 거듭거듭 강조하고 독촉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더욱 독서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불행과 재난을 극복하고, 폐족이 폐족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 독서라고까지 거듭 타일렀습니다. 그런 중요한 일이 독서이건만, 오늘의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대학가에 책방이 사라진 지 오래이고, 핸드폰, 스마트폰, SNS 등 전자제품에 푹 빠져, 책과는 거리를 멀리하는 것이 세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OECD 가입 국가에서 한국은 독서율이 가장 낮은 나라이고, 일본의 독서율과는 16:1이라는 통계가 있으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책을 읽지 않고 있는가가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서 부끄럽기 그지없는 형편입니다. 다산은 윤혜관(尹惠冠)에 주는 말에, “독서 한 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情狀)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와 패도(覇道)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인 것이다.”라고 어떤 제자에게 주는 글에서 다산은 말했습니다.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벌써 이름이 없어질 것이니, 이는 새나 짐승일 뿐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지 않고 그렇게만 살기를 원할 텐가?”라고 말하여, 독서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인간과 짐승의 구별이 된다고 말했으니, 사람이라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서의 계절 10월도 가고, 11월도 중순이 지나갑니다. 바깥 공기야 싸늘해도, 따뜻한 방에 앉아 책 읽기 좋은 계절은 겨울도 있습니다. 요즘 책을 팔아서 살아가는 출판사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있다고 합니다. 유수한 출판사의 관계자도 최근 10년 이래로 올해가 가장 매출액이 적은 해였다고 한숨을 내쉬는 것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출판해도 사가는 사람이 없는 나날, 이렇게 책 읽는 독자의 수가 급강하 된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살기가 어렵고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그런다고 하더라도, 재난을 당할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다산의 뜻에 따라, 다시 책을 꺼내 드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특히, 직업이 학생인 사람들, 제발 책 좀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